창작/무표정한 그녀

무표정한 그녀2

썩소천사 2018. 9. 2. 21:53

 다음날 오전에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다. 미안하다고 잠이 너무와서 잤다고 한다. 스케쥴을 물어보니 점심 때 친구를 만나서 저녁먹고 들어올 거 같다고 한다. 나는 저녁 약속이기 때문에 저녁 9시쯤 1~2시간은 봐도 되겠다 싶어 "일찍 약속 끝나면 저녁에 잠깐 볼래요?"하고 보냈고 그녀도 괜찮다고 하였다.

 약속자리가 마무리 되고 그녀의 집으로 차를 타고 갔다. 오늘은 어딜 가야하나 생각하면서 이 더위에 갈 때라고는 한 곳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 그녀는 친구를 만났던 복장 그대로 집에있다 나온듯 했다.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반바지 청바지에 목이 깊게 페인 조끼 같은 걸 입고 있었다. 안에 검정색 이너를 받쳐입긴 했지만 시선이 쏠림은 어쩔 수 없었다. 옷핀이 있었으면 목 뒤를 잡아주고 싶을만큼 그녀도 같이 있는 내내 신경을 썼다. 그녀를 차에 태우고 늦게까지 하는 카페가 있냐고 물으니 주민 답게 바로 아래 있다고 하였다. 늦은 시간이라 번화가지만 차 댈곳은 많아 주차하고 카페로 들어섰다. 밤에 커피는 그렇고 차와 에이드를 시켰다. 그녀는 테이크 아웃으로 달라 했지만 법이 바뀌어 안되다며 컵을 쓰던지 카페에서 나가서 먹던지 해야한단다. 당연 차에서 둘이 있기는 뻘줌하니 앉아서 마셔야만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면서 가볍게 친구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방금 만나곤 친구와 주변 친구들 결혼한 친구들의 안부를 물었다. 딱히 주변에 결혼을 해서 나 잘살아!! 하는 친구는 없는듯 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지만 자기들은 결혼을 해놓고 미혼인 친구들에게는 혼자 사는게 최고다 라고 말하는건 똑같았다. 그래도 혼자 고독을 느끼는 것 보다 분주하게 사는게 낫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녀는 결혼 생각은 있지만 딱히 아이를 갖고싶은 생각은 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언니가 한 분 있고 나이차이가 좀 났다. 타지에 살고있어 1년에 얼굴을 2~3번 본다고 했다. 조카가 예쁘긴 하지만 돌보기가 너무 힘들다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처음 만났을 때 비하면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하지만 다크서클은 한층 더 어두워져 보이는 건 내 기분인가?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크는 살아났다. 이런저련 결혼이야기 과거 연예사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카페에 우리만 남을정도에 이르렀고 우리는 부랴부랴 자리를 정리했다. 너무 과거 연애사에 대해 이야기 한 것 아니냐며 실수하는 것 같다고 그녀는 말하지만 나는 그런게 재밌었다. 이 사람이 어떠한 연애를 했고 왜 그러했는지가 항상 궁금했다. 

 그녀는 너무 자기에 대한 이야기만 한 것 같다며 나도 말하라고 언성을 높이며 반말이 조금씩 튀어나왔다. 나도 장단은 맞춰야 하기에 내 연애사를 말해주었다. 때론 내 이야기인 것 처럼 때론 친구 이야기인 것 처럼 했지만 사실 모두 다 내 이야기였다. 아마 그녀도 눈치 챘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다음날 출근인데도 불고하고 카페에서 차안까지 총 4시간을 이야기 했다. 뭐 시간이 얼마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놀라웠다. 그리고 오랜만에 느끼는 연애 초기의 감정이 몸 이곳 저곳을 통해 되살아 나고 있었다. 차 안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은 또 달랐고, 각도나 웃는 모습에 따라 2~3명의 연예인 얼굴이 생각났다. 개그우먼 김지민과 배우 정유미 그리고 한명 더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도 그렇지만 그녀도 말이 끝나면 그와 연관된 내용을 머리속에 열심히 그리고 혼자서 피식피식 미소를 지었다. 첫 만남과는 대조적이게 거의 대부분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담겨있었고 그 모습이 예뻐보였다.

 나는 상대가 가장 예뻐보이는 순간을 머릿속에 오래 간직하는 편이다. 상대를 떠올릴 때면 그 모습이 생각난다. 내 마음을 녹인 그 순간말이다. 그날 그녀가 차 안에서 보여줬던 옆모습은 너무 예뻐 보였다. 웃을 때 드러나는 하얀 이와 눈웃음 찡긋 거리는 콧등 너무 자연스럽고 너무 행복해보였다. 덕분에 내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안했다. 웃을 때 이렇게 예쁜데 왜 무표정일 때는 이런 느낌이 안나오는지 아직까지 모르겠다. 고작 2번 만났는데 처음부터 내가 너무 깊숙히 들어가는 것 같다. 금사빠는 역시 어쩔 수 없나보다. 

 이야기를 하는도중 그녀의 하품이 잦아진다. 벌써 4번째를 하고있기에 나는 이제 그만 가자고 했다. 신기하게도 전날에는 그렇게 피곤했는데 오늘은 너무 멀쩡했다.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점심에 먹은 술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저녁에 맛있는걸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그것도 아니면 저녁 후 먹은 믹스커피 한잔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녀가 나를 보며 실컷 웃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녀의 아파트 현관 앞까지 바래다 주고 집에 들어가는 모습일 지켜보았다. 엘리베이터를 탈줄알았으나 그녀는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사라졌다.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동안 기분이 묘했다. 예전 20대 때 하던 연애 생각도 나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는 마음에 약간 들떠있는 것 같다. 그리고 분명한 건 그녀가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확신이 들었고 앞으로 또 볼 수 있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집에 도착해서 짧은 카톡을 주고 받고 처음으로 그녀가 나에게 이모티콘을 보냈다. 답장을 보냈더니 역시나 답장이 없다. 오늘도 또 자나 싶었다. 왜 그런가 이유를 생각해 보니 3교대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핸드폰을 진동이나 무음으로 해놓는다. 그리고 그녀는 소리에 민감하다고 했다. 그 이유에서인지 빠른 답장을 하지 않으면, 그녀는 자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씻고난 후 자려고 누웠더니 잠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이건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게 아닌 저녁에 먹은 믹스커피 한잔의 영향으로 잠이 안 오는 것이란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은 뒤척임을 하고나니 이미 해는 떠 있었고 나는 출근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