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무표정한 그녀

무표정한 그녀 11

썩소천사 2018. 9. 11. 23:03

오늘은 그녀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시간을 정하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 정하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자리가 매진되는게 보였다. 극장은 어디서 볼지 정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면 딱 좋을 시간인 4시에 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표를 예매해야 했기에 그녀가 할 거란 생각을 조금은 했지만 SKT가 할인이 되지 않느냐는 말만 남기고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었고, 자주 이용하는 메가박스였기에 빠르게 예매를 한 후 그녀에게 캡쳐해서 보냈다. 영화 시작 40분 전에 그녀의 집에 대리러 가겠다 했고 그녀도 알았다고 하였다. 그녀의 집에서 영화관까지 빠르면 10분이면 갈 수 있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보였다.
 주말이라 그런지 반바지를 자주입던 그녀는 치마를 입고 나왔다. 검정색 망사패턴이 있는 검정색 달라붙는 상의에 테니스 치마보다 약간 긴 치마였다. 다른 여성들과 다르게 외출하는데 준비하는 시간이 짧은 편인듯 했다. 그녀는 차에 타면 너무 덥다고 하였고 손을 잡아보면 사우나에서 방금 나온 것 같은 열기가 느껴졌다. 자동차 에어컨 온도를 LOW로 하고 그녀에게 모든 바람 방향을 해주었다. 자신은 땀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항상 피부에는 습기를 머금고 있는 그녀였다. 

 처음 가보는 극장은 역시나 내가 그동안 가지 않은게 다행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구조였다. 상영관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길목까지 좁았다. 주말이라 사람은 많은데 여유공간은 없는 그런 상태였다. 영화예매표를 뽑고 식품 코너를 지날 때 그녀에게 극장에 갈 때마다 상대에게 묻는 질문을 했다. 

"영화볼 때 팝콘이나 콜라등의 간식을 먹는편이야?" 그녀에게 물으니 먹지 않는다고 했다. 나 또한 원래 물만 가져가고 아무것도 먹지 않는 걸 선호했다. 상영시작 10분 전이라 상영관으로 바로 가기로 하였다. 예매할 때 150석과 250석중 고민하다 큰 곳이 당연히 넓고 쾌적할거란 생각을 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고나니 참담했다. 뒤에서 4번째 줄이었는데 스크린이 정면에 보였다. 좌석 또한 길쭉한게 아닌 옆으로 26명씩 앉는 구조라 넓이는 넓고 스크린은 좁았다. 영화는 시작했고 그닥 보고 싶지 않았던 영화지만 그녀가 보고싶다 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관람했다. 목격자 포털에서 평을 찾아보니 마지막 장면에 헛웃임이 터져나올 거라더니 역시나 그러했다. 시나리오 현실성 모두 실망이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그녀의 손을 꼼지락 거리며 영화를 봤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나가는 길목이 좁아 사람이 나가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녀에게 영화가 어떠했냐고 물으니 자신은 재미있었단다. 나와 영화 취향은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외화는 보지 않고 액션,SF 또한 싫어한다고 했다. 거의 한국 코미디, 멜로, 스릴러 종류만 보는듯 했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입구에 뭉쳐있는 줄이 줄어들었고 그제서야 극장을 나섰다. 저녁에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내게 묻길래

"밥종류 먹을까? 여기 옆에 뼈다귀 해장국집도 유명한데 있잖아~"

"음 여기 새우튀김롤도 맛있는데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렇다 이미 먹고싶은 곳을 정해놓고 온듯한 이 느낌적인 느낌 다시 무엇이 먹고 싶냐 물어보니 유명한 분식집을 가고 싶다고 했다. 사실 나는 뼈다귀 해장국이 무척 먹고 싶었지만 분식도 나쁘지 않기에 가자고 했다. 차로 5분 거리에 작지만 사람이 많이 붐비는 분식집으로 안내했다. 가격이 싸서인지 대부분 학생들이었다. 돈까스와 새우튀김롤, 라볶이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주방이 입구에 터져있어 일하는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주방에서 2명이 음식을 해서인지 빠르게 메뉴들이 나왔다. 새우튀김 롤은 가격만큼이나 시중에 파는 새우튀김 1개가 들어간 그냥 롤이었고 모양이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튀긴건 다 맛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그런 롤이었다. 돈까스는 이집에서 가장 유명할 만한 했다. 밥 1공기와 돈까스 두께 크기 모두가 만족할 만한 사이즈였다. 다만 소스가 별로였다. 마지막 라볶이는 너무 달고 라면 면발은 바삭바삭 했다. 생라면 넣어준 느낌이랄까 원래 이런게 이집의 묘미인가 싶기도 했다. 처음엔 맛있다고 먹었느나 먹고나니 이집이 유명한 이유는 양과 가격 자극적인 소스인듯 보였다. 그녀에게 맛있다고는 했지만 돈까스를 제외한 나머지 메뉴는 그리 먹고 싶지는 않았다. 밖에는 밥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팀이 3팀이나 더 있었다. 역시 대학가는 대학가다.

 밥도 먹었겠다. 대학교 운동장을 돌기로 했다. 번화가와 주택가에 위치한 학교에서 그런지 얼핏봐도 300명 가량 운동을 하고 있는듯 보였다. 학교까지 가는 길이 뻔하긴 했지만 옆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커플이 앞서가고 있었다. 운동장을 한바퀴 돌 때 까지 우리가 그 커플을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 날이 덥긴 했지만 많이 선선해져 땀이 그렇게 나지는 않았다. 3바퀴쯤 돌 때 그녀가 점점 트랙 바깥으로 걷기 시작했고 걷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녀가 먼지 이제 집에 가자고 했고 그러자고 했다. 

 그녀의 아파트에 차를 주차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와 키스를 쪽쪽 거리다보니 시간이 어느덧 10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날이 더워서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기름값 지출도 늘었다. 보통 최소 1시간에서 많게는 그녀와 6시간정도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일주일에 주유비가 보통 5~8만원 가량 나오는듯 싶었다. 근교라도 놀러가는 날에는 10만원이 더 나왔다. 그녀는 이런 사실을 알려나? 기름값이 아까운건 아니지만 운전을 하는 사람만 알고 하지 않는 사람은 모르는 그 수고스러움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