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그녀 10
오늘 그녀와 2번째로 술을 마시기로 했다. 퇴근이 늦어 늦게 집에 가긴 하겠지만 주말이니 괜찮다 싶었다. 술을 마시기 때문에 차를 가져가고 싶지 않아서 가져가지 않는다고 말 했다. 혹시 몰라 어떤게 좋냐고 그녀에게 물었더니 그녀는 가져오는 편이 좋지 않냐고 한다. 오늘 모텔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안한건 아니였지만 아마도 술 마시고 난 후 차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은 사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편하게 MT 가자고 할 관계는 아니니 말이다.
그녀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향했다. 왠지 느낌이 더 빨리 끝날 수 있을 것 같아 평상시보다 20분 일찍 갔는데 역시나 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15분이나 빨리 나왔다. 역시 일찍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대리고 술집으로 향했다. 미리 근처에 주차할 장소를 찾는중 근처에 모텔이 10여개나 있는게 보였다. 그녀가 노린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조금은 의심스러웠다. 다행히 술집 옆 블럭에 공원이 있었고 차를 댈만한 장소가 충분했다. 조금은 멀지만 주차공간이 보이기에 주차 후 술집까지 걸었다. 그녀가 그 장소를 알고 가는줄 알았으나 검색만 해 보고 가는것이라 했다. 새로운 맛집을 찾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인 것 같다.
술집에 도착해서 보니 핫하다고는 했으나 테이블 절반이 비어있었다. 이미 메뉴도 정하고 온 상태로 참이슬과 짬뽕탕을 시켰다. 기본 안주에 소주를 한잔 원샷하고 안주가 나오면 마시기로 했다. 주로 잔을 권하는 것은 나였고 그녀는 먼저 마시자고 권하지를 않았다. 소주 1병까지는 괜찮았지만 2병 절반쯤 먹을 때 부터 술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일하고 와서 먹는 술이지만 전혀 취하지 않은듯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집에서 쉬다 온 내가 더 피곤해 보였다. 평상시에 소주 1병만 마신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혼자서 3병까지도 커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름기가 많은 짬뽕이여서 그런지 속이 점점 더 불편해졌다. 막잔을 남기고 가고 싶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다 마시고 가겠다하여 결국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술은 마셨지만 나만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주량이 정말 궁금해진다.
계산을 하고 차에서 이야기좀 하고 가자고 했다. 이야기 이지만 서로 입을 맞대고 하는 대화가 맞을 거 같다. 술도 마셨겠다. 차 뒷자리로 가서 편하게 서로 안은체 키스를 했다. 만난 횟수가 많아진 만큼 이제는 스킨쉽 진도도 어느정도 나간 상태였다. 왜 평상시에 가슴을 만지면 안되고 키스를 하면서 가슴을 만지는 것은 되는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신기하다. 그렇게 그녀의 가슴을 만지며 키스를 했다. 입술을 물기도 혀를 비비기도, 다리를 만지고 엉덩이를 만졌다. 키스를 하면 남자의 손은 못된 손이 된다. 그녀는 다 허락 했지만 그곳만은 거부했다. 보통 다른 여자들은 흥분하면 입에서 신음을 내는데 그녀는 숨만 거칠어지고 별다른 제스쳐는 하지 않았다. 스킨쉽에서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녀였다. 본래의 성격을 숨기는 것인지 원래 그러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적극적인 여자가 좋은데 그녀는 거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이지도 않다. 나만 끓어 오르는 거 같은 기분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시킨쉽을 하기도 싫어진다. 다행히 아직 그러기엔 연애 초기라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긴 하지만 언제 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렇게 차에서 새벽 2시까지 이야기를 하고 그녀를 바래다 주고 택시를 탔다. 택시가 너무 안나타나서 20분 걸어야 했지만 보대낀 속을 달래기에는 걷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내가 택시를 탈 때 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먼저 자라고 하였고, 역시 집에 도착해 카톡을 보내니 답장이 없었다. 만나면서 느끼는 거지만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왜 나는 그런 여자들만 꼬이는 걸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너무 상대를 배려하면 그걸 거부하거나 반대로 생각해 주면 좋겠지만 오히려 더 받고 싶어하는 그 심리가 연애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무섭다. 밀당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겠다. 그게 안돼서 문제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