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통통한 그녀

통통한 그녀2

썩소천사 2018. 11. 27. 18:30

소개팅 후 만남은 역시 빠를수록 좋다. 헤어지기 전 날짜를 잡으면 더 좋겠지만 시간이 애매해서 다음에 만나자는 약속만 했었다. 일요일에 봤으니 화요일 늦어도 수요일에는 봐야만 할 것 같았다. 빨리 많이 만나보고 빠른 결정을 내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월요일은 가벼운 카톡만 주고 받았고, 미루면 안보겠구나 싶어 화요일 시간이 되는지 물었을 때 그녀는 오늘 보자고 대답했다.

 헤어지기 전 그녀가 밥을 산다고 했지만 밥 먹을 곳이 어디어디 있는지는 알아보고 가야 하기에 퇴근 전 블로그를 열심히 뒤져보고 갔다. 사실 아직 더 만날지 말지 감이 오지 않기도 하고, 괜찮은 사람 같기는 한데 섹스어필이 발목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마저도 옷빨이 상당했다. 그 전에 사귀었던 그녀가 2번째 만남에 목늘어난 티를 입고 나타난 것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커서 그런지 모르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습식면도를 할까 전기 면도를 할까 하다 정성들여 전기면도기로 수염을 정리하고 빠르게 샤워를 한다. 혹시 모를 진도나 스킨쉽 그리고 체취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만나기전 샤워는 필수 아니겠는가? 그래도 너무 남자한테 향이 나면 안될 것 같아 바디 오일은 바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에 산 올리브향 바디워시 향기가 내가 생각해도 너무 포근하고 좋다. 옷을 한동안 고르지 못하고 서성이다. 얇지만 괜찮아보이는 스웨터로 골라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혹시라도 반주를 할 수 있기에 그녀의 집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집 근처에서 먹기로 했으니 걸어가도 사실 부담없는 거리였다. 걸어가면서 정해놓은 식당들이 블로그에서 봤던 것과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손님이 많은지 없는지 쭉 둘러보는데 아무래도 갈 곳이 없어보인다. 틀렸구나 싶어 좀 더 멀리 봐둔 식당까지 뺑뺑 돌았다. 열심히 도는 와중에 집에 도착했다는 카톡이 와서 막판에는 총총거리며 뛰어가야 했다.

 그녀는 오늘도 원피스 차림에 검정 코트를 입고 나왔다. 처음 봤을 때 신었던 검정색 구두에 코트 안에는 좀 작아보이는듯 한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그녀의 집 주변이기에 우선 그나마 괜찮았던 식당쪽으로 그녀와 걸어가면서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물었다. 역시나 내가 가는 방향에 2곳이 있는데 한곳은 너무 멀고 한 곳은 바로 근처였으나 가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는데 늦인 시각이라 그런지 1팀 자리해 있었다.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니 식당은 생각보다 좁았으나 인테리어는 잘 되어있었다. 겉 옷을 벗은 그녀를 다시 보니 원피스 팔과 배가 너무 쪼여 숨쉬는게 가능할까 싶기는 했지만 다행히 옷이 터지거나 하진 않았다. 나름 그래도 잘 어울리는 옷이었지만 주름이 없을만큼 빈공간을 찾아볼 수는 없어서 내가 숨이 조금은 턱 하고 막혔던 것 같다.

 각자 파스타 하나씩 고르고 샐러드를 사이드로 주문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식탐이 있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다른 여자들 보다 그 무언가를 자제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첫 한 입과 그 다음 한 입의 양이 2~3배 차이가 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음식이 나오고 처음 입으로 가져갈 때, 그 모습이 그녀가 대식가이고 먹는 것을 좋아하며, 다이어트는 사실 힘들거라 짐작했다. 그래도 2번째 먹을 때는 이성을 되찾았는지 조금씩 천천히 먹고있었다. 아니면 그녀는 밥을 보통 5분 컷으로 다 먹는 스타일로 보인다. 나는 20분 컷이 좋은데 말이다. 아마도 식성은 서로 안맞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날도 역시 그녀의 회사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나 또한 기초지식이 없지만 그녀가 신나서 이야기 하기에 들어주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다 공부하고 와야하나 싶은 생각도 잠시 했었다. 2번째 만남이라 그런지 그녀가 하는 이야기거리 또한 중첩이 많았고 인물은 좀 더 세분화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내가 계산하려는데 그녀는 자기가 사기로 했던거 아니냐며 카드를 내밀었다. 이런 여성을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순간 감격스러웠다.  

 카페를 가기엔 만난 시간이 너무 늦어 저번처럼 걷기로 했다. 이야기는 많이 한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렇게 만나서 밥먹고 산책하고 2시간만에 그녀를 집에 바래다 주고 집으로 향했다. 아직까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아마 체구에 비해 가느다란 발목에 꽂혀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상대가 나에게 너무 호감을 표하고 있어 나쁜남자 습성이 나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3번은 만나 보기로 했기에 한번 더 만나고 생각을 정리하는게 편한 것 같다. 아마도 이전의 연예가 주는 후유증 때문에 내가 이러고 있는 것 같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