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좋지 않은 기억들
연락을 해야하는 사람이 있어 휴대폰 번호로 문자를 검색하던 중 목록에 특정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오빠 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누구였더라? 생각하며, 문자 내역을 보니 3개의 문자 메시지가 이틀간에 걸쳐 쓰여있었다. 처음 내용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자기가 잘못 했고 앞으로 이럴 계획을 알리는 내용, 그리고 그 다음날 온 문자는 내가 싫은 이유에 대해 쓰여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붙잡기 위해 문자와 전화를 했었던 그녀가 하루가 지나자 자신과 내가 맞지 않는 이유와 내 연애방식에 대해 부정하고있었다. 2년여 만에 보는 내용 같지만 왠지 뭔가 맞은데 또 맞은 그런 기분이었다. 일순간 그때의 감정과 연락을 받았을 때의 장소와 감정이 되살아 났다.
그녀와 두달여간 만난 후 그녀의 괴팍한 성격으로 중간에 한번 고비를 넘기고 두달이 되기 전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그녀는 울면서 쿨하게 오빠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말 했으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실 그녀를 떠올리면 내 차를 타고나서 나에게 악지르며 욕했던 것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대략 5~10분간 막말로 지랄발광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일방적으로 너무 밑도끝도 없이 난리를 치기에 잘못했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집에 온 후 생각해 보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때 헤어지지 않았는지 더 모를 지경이다. 자신의 직장 근처에서 동료와 마주친 거 한가지 이유로 한시간 가량 밖에서 기다렸던 나에게 그러했다. 태어나서 그런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아마 다신 없을 거라 생각된다.
그녀와 헤어지고 일주일 뒤 친구녀석이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기에 부근에서 밥을 먹을 때 문자가 왔고 2차로 술을 마시러 가는 길에 전화가 왔었다.
"오빠 나는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미치겠어~"
이런 내용으로 3분가량 통화 했고 나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딱 잘라 말 했었던 거 같다. 통화를 끊고 술집에 들어가는 그 기분이 복잡미묘했었다. 생각만 했을 땐 술이 나를 마시는지 내가 술을 마시는지 모를 지경으로 술이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두통이 너무 심해 맥주 500ml 한 잔 겨우 마시고 집에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해 맞은편 창가에 보이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그 이후로 그녀와 2번가량 더 마주쳤지만 서로 아는체 하지는 않았다. 그녀도 나를 인지했고 나 또한 그녀를 인지 했지만 서로 피했던 거 같다.
어제 라디오를 들을 때 특정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감성이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사연을 들었는데 문자를 보고 나는 그런 경험을 하고있다. 문자-그녀-그 때-감정-나쁜 추억-좋은 추억순으로 영상과 감정이 되살아 났다. 잊혀지기에는 생각보다 강렬했고 오랜 추억이 되기에는 아직은 아닌듯 싶다. 그녀가 내게 보냈던 마지막 문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잘못 된 점 2가지 그 2가지가 늦은 저녁 계속해서 머리에 맴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달라졌다면 달라졌지만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