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러닝
실로 오랜만에 공원을 뛰었다. 작년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야근에 찌들어 삶이 고단해지면서 무언가를 놓친 거 같다. 놓친 것인지 놓아 버린 것인지 지금 되짚어 보니 놓아버린 표현이 맞을 거 같다. 그렇게 이런저런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보니 가을에서 봄이 되어있었다. 계절의 흐름으로 본다면 참으로 알맞은 타이밍이다. 그만큼 이번 겨울은 추웠고, 왠지 모르게 구슬펐다. 내 뜻대로 될 것 같았던 것들이 내 생각과 의지와는 다르게 모두 벗어나 있었고 의지마저 꺾여있었다. 그리고 봄이 왔다. 꽃이 피기 시작했고 나무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점점 얇아지고 밝아졌다.
퇴근 후 옷을 갈아입는 도중에 배를 내려봤더니 복근은 어디 가고 빵빵한 아랫배가 눈에 들어왔다. 겨울동안 쌓인 내장지방과 그 양만큼의 무기력함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의지도 없고 하고자 하는 것 없이 드라마, 유튜브, 영화와 같은 영상만 보고 있는 내 모습에 말이다. 바뀌긴 바뀌어야 하는데 그 시작점을 무엇으로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쇼핑? 운동? 공부? 연애? 다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실로 다 하고 싶은 것들이기도 하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나마 간간히 이어온 운동을 시작했다. 가볍게 홈트레이닝을 하고 씻을까 하는데 오랜만에 뛰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날씨가 풀려서 괜찮겠지 싶어 옷을 입고 공원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긴장된다. 한동안 뛰지 않았기에 왕복 3바퀴가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얼마나 뛸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가볍게 뛰어주면서 본격적으로 달려보니 아직 공기가 차다. 뛰면 뛸수록 목이 점점 붓는 것만 같다. 겨우 1바퀴를 돌고 난 후 반 바퀴를 걷다가 마지막엔 속도를 올려서 나머지 반 바퀴를 뛰었다. 아직 날씨가 쌀쌀해 땀이 많이 나지는 않아 상쾌함이 덜 하지만 즐겁다. 하루도 빠짐없이 뛰거나 거닐던 이 공원을 야근과 미세먼지, 추위등에 내주고 너무 나태하게 지낸 것이 못내 아쉽다. 이제 날씨만 허락한다면 이 공원을 다시 뛰면서 새로 올 봄을 준비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