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퇴사의 사유] 당신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썩소천사 2017. 9. 28. 17:58

15.07.03 02:36



다닌지 7개월 된 회사에 오늘 퇴직서를 제출하였다.

사실 처음부터 조건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봉도 사무실 환경도 분위기조차 조용하고 전혀 재미나 흥미따위는 없어 보였다.

아마도 내가 급했던 것 같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덜컥 입사를 해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연봉 협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처음 몇달간은 후회가 종종 되기도 하였다. 개발자를 분야별로 뽑고 있었지만 구해지지 않았고, 대부분 나이가 많은 분들이 입사 지원을 하였다. 더러 젊은 사람들이 있긴 하였지만 연봉을 너무 높게 부르거나 실력 미비로 인하여 회사에서 채용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인력의 공백은 계속해서 유지되는 상황에서 윗분들의 어택이 시작 되었다.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그러면서 일은 점차 늘어났고, 거기다 인력 구성원들의 캐미 또한 맞지 않았다.

종종 그럴 수 있지, 보상을 언젠가 해주지 않을까? 이것만 끝내면 쉴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은 싸그리 무시한체 당장 개발중인 것도 보안이 시급해 보이는데 차기 버전을 계획하라는게 사실 나는 넌센스였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베타 서비스도 아니고 실제 서비스 하는 앱이다. 버전을 한 번 업데이트 하거나 해당 개발상태에서 작은 변화로 큰 수정을 꾀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음에도 본질은 꾀뚫지 못한체 겉만 맴도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일정은 정해져 있는데 계속해서 부분 업데이트를 요구하고, 차기 버전까지 준비하면서 일정은 다 깍아 먹고, 거기다 본래 일정에서 반으로 짤라 버린 것이다. 당연히 차기 버전에 대해 모든 내용을 수용하기는 어려웠고, 부분 적용 하였지만, 윗분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 짧은 기간내에 본래 차기 버전 모두를 적용해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사실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이미 예견이 되었다. 내가 PM이더라도 특정 부분만 고쳐서 배포 하기엔 단팥없는 찐빵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다 욕을 한 바가지 먹고, 일정을 늘려 다시 개발이 진행 되었고, 마무리가 되었나 싶었다.

아니었다. 해당 버전을 가지고도 계속해서 태클은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차기 버전에 대한 남은 개발 사항까지 진행하라 한다. 수시로 내용이 바뀌고 기획이 틀어지고, 기간은 닥처 오고 내용은 쌓여만 갔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무엇이 최선이며, 효율적인지 서로 논의 하기 보다는 현재 윗분들의 입김에 의해 앱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개발, 기획, 디자인에 있어 구성원 각각의 목소리는 점차 줄어 들었고, 결국엔 윗분들의 요구사항을 맞추는데 급급하고 있는 현실을 모두가 잊은듯 해 보였다. 불만은 쌓여가고 몸은 점차 힘들어 했다.

그러다 잠시 쉬는 계기가 생겼고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이 회사를 들어온 이유, 내가 추구하는 삶, 내 목표 등을 생각해 보았을 때 지금 현실은 내 수명을 깍아먹는 짓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일을 하고 있을 때 알지 못한다. 주말에 잠깐 쉴 때? 쉬느라 급급해 한다. 그래서 이번에 알았다. 일에 파묻혀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살아온 대로 생각해 버리고, 나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다는 사실을 말이다. 

즐기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고 그것이 수익을 가져다 준다면 인생이 즐겁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블로그를 시작하였고, 무언가를 관찰하고, 평가하고, 내 생각을 적고, 사진을 남기는게 좋았다. 이게 내 메인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그정도의 여가나 취미는 하고 싶었다. 

그래서 퇴직원을 제출하였다. 부서장 입장에서 당연히 붙잡았다. 앞으로 해야할 것 위에서 원하는 일정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또 예전처럼 그렇게 노예처럼 일하고 제 수명을 깍아먹으면서 일 했을 것을 알기에 매정하리 만큼 잘라 말했다. 회사에서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나 스스로 납득이 가고 인간적으로 챙겨준다면, 아마 못이기는 척 따라가 주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야근을 할 때면 누구하나 끼니를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기다려 주는 이도 없다. 그냥 하면 하나 보다 고생했다 한 마디에 끝이다. 그렇게 두달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많은 일이었고, 어필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피드백을 주었지만 내가 원하는 연봉 인상이나 인센티브 근무여건 개선등은 아니었다. 그리고 마음이 떠나는 순간 그것들은 필요 없는 것들이 되었다. 마음이 완전하게 돌아선 후에야 연말 연봉인상을 제시하였고, 퇴직서를 제출한 후에야 인센티브 말이 나왔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떠난 후였다.

팀장이나 임원으로써 직원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 회사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무언가를 구성원들에게 바랄 때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고 잘 못했을 경우에도 채찍과 당근이 필요하지만 이곳에는 채찍밖에 없었다. 사기를 올려주거나 인간적으로 챙겨주는 그런 것은 없는 매정한 회사였다. 그런데 나가면 나간다고 욕하고, 못하면 못한다고 욕하고, 잘하면 돈 줬으니까 잘해야지 하는 태도가 더 정 떨어지게 했던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사실 팀장 때문이었지만 팀장에게는 임원진들의 무리한 요구라고 말하였다. 핵심은 임원과 개발팀 사이에서의 오고가는 말이나 조율에 있어 너무 일방적이거나, 꾸밈이 없었다. 필터링이 전혀 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하는 말들까지 구성원들이 다 알도록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잘못이 없는듯 득은 자기 것이요, 잘못은 팀원의 것인양 말하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이 급한지 당최 알지 못하였다. 본인 스스로를 윗 사람으로부터 그리고 아랫사람으로부터 방어하기 급급하다 보니 할 말 하지 않아야 할 말들을 여기저기 하는 것이다. 팀원 각자의 분야가 있음에도 자기 의견을 너무 피력하여 개개인을 무시하는 태도 또한 한 몫 했다.

회사 임원들 태도를 보면 사원은 그저 부속품이고, 적은 금액으로 큰 성과를 내주면 좋고, 아니면 욕하는 그런 식이었다. 인간적인 대우는 없었다. 가식적인 말들을 가식적으로 하거나, 무시할 뿐이었다. 직원이 10명 정도의 많지 않은 회사였음에도 사장은 구성원들을 무시하고 있다는게 느껴질 정도면 말이 필요 없다. 그 회사는 다닐 이유가 없다. 다치면 일해야 하는데 왜 다쳤어!! 라는 식인거다. 근데 그런 말을 필터링 없이 하는 이도 있었다. 당장 욕하면서 때려쳐도 그 회사는 그 직원에게 머라 할 자격 없다. 그렇지만 나가면 나갈줄 알았다고 욕이나 할 것이다.

회사 구성원 누구나 자기의 역할이 있고, 때론 천사 때론 악마로 변하여 누구를 치유하거나 다그칠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 해야할 말 하지 않아야 할 말이 있음은 명심해야 하고, 이익을 내야하는 회사 구성원이기 전에 인간적으로 서로 대해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아랫사람이나 윗 사람이나 서로 어려운 것이다. 그 선을 본인들 스스로 지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이들이 있기에 어딜가나 천사와 악마는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회사가봐야 다 똑같다" 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막상 가보면 그 선!!을 지켜주는 곳이냐 아닌 곳이냐의 차이인 것 같다.


자동차 타이어 갈듯 쓰고 버리는 회사는 그동안 퇴사한 사유를 보면 안다. 

이 회사에서 왜 여러명이나 사직서도 쓰지 않고 말없이 출근 하지 않았는지를 나 또한 깨달았고, 사직서를 냈다.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회사의 윗분들은 알지 못하고, 나를 욕 할 것이다.

그전에 퇴사한 사람들에 대해 나에게 욕했던 것 처럼 말이다.


부디 다음 회사는 일을 열심히 한 만큼 나도 회사도 윈윈 할 수 있고, 서로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곳 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