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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철길이 없어지면서 그곳에 길을 내고, 나무와 꽃을 심어 도심속에 예쁜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철길을 따라 만들어져 도심에 위치해 있는데다 길이 또한 길어 지루함도 운동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새벽, 대낮, 저녁 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이 공원은 나에게 힐링의 숲이나 다름없는 공간이다. 생각이 많은 밤이면 이곳을 거닐었고, 운동이 하고 싶을 때면 런닝을 했다.
주말 대낮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에 공원 산책이 하고싶어졌다.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이곳은 늦가을 단풍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낮에 산책하기 무척이나 좋은 곳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붉게 물든 단풍이 참으로 예뻤다. 올 해 그 옆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2곳이나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올 초부터 올라가기 시작한 아파트는 나무들의 일조량을 막아버렸고, 예전 만큼 공원에 따사로운 햇살 또한 막아버렸다. 노랗게 붉게 물들어 있어야 할 나무들은 초록빛이거나 말라 비틀어진 회색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조차도 대부분 회색빛이었다. 간혹가다 아파트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붉게 물든 잎사귀도 있긴 했지만 극히 일부였다.
아파트 생기기 전부터 주변에 공원이 있다며 선전을 했던 곳인데, 오히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공원이 죽어버렸다. 나무가 제 색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나무 아래 피던 꽃들마저 올해는 가물어서 더 시들시들 했다. 햇볕을 보겠다고 줄기만 내 허리까지 올라왔다. 공원을 똑 떼어다 아파트 반대편에 옴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그깟 길다란 공원쯤은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각 구간마다 색다른 맛이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 그 공간은 초록과 회색으로만 채워져있을 걸 생각하니 안타깝다. 가장 많이 애용했던 구간인데 2년 전 찍은 사진으로만 간직해야 하다니 그나마 사진으로 찍어두길 잘했단 생각마저든다.
안녕 나의 붉고 푸르렀던 공원아 그동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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