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랑?/첫사랑

첫사랑이 꿈에 나왔다.

무뎌지지 않는 연습 2019. 5. 18. 00:13

꿈을 잘 꾸지도 않지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헤매일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러했다. 꿈에서 깨어, 이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되면서도 잊어버릴까 처음부터 마지막 눈을 뜬 그 순간의 스토리를 기억해 내기 위해 열심히 기억 회로를 돌렸다. 오히려 거기서 꼬여버린 것인지 기억이 갑자기 다 사라져 버렸다. 나름 기억해내려고 정리를 시작했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렇게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감정만 남은 체 지워져서 황당하기도, 기분이 좋지 않기도 한다. 출근을 준비하면서 여러 번 기억을 되짚어 보지만 기억은 계속해서 나지 않았다. 그때의 감정과 결론만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건 개꿈이다 그리고 기분이 별로다.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가는 동안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음을 알았다. 감정선이 이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신 상태가 맑음이었는데  갑자기 흐림이 되었다. 이유가 꿈이라고 하기엔 이상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것 같다. 헤어진지 벌써 5년이 되었지만 그녀의 번호는 머릿속에서 이상하리 지워지지가 않는다. 한 때 생각이 안 나서 이제는 정말 잊혀졌구나 싶었지만, 몇 달 후 불현듯 번호가 또렷하게 기억나는 현상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핸드폰의 연락처에 그녀의 번호를 적어나갔다.

 카톡을 실행시키니 그녀의 프로필 사진이 뜬다. 한눈에 봤을 때 잘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차도 산 것 같고 옷도 세련되고 모든게 좋아 보였다. 다만 표정에 생기가 없었다. 나와 만났던 그때 철없던 그녀가 철이 든 것인지 세월의 영향으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인지 둘 다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때의 생기 발랄함이 사진에서 보이지 않았다.
 다시금 꿈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지만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녀의 프로필을 보는데 감사 인삿말이 눈에 띄었다. 5월은 그녀의 생일 그리고 나와 사귀었던 달이기도 했다. 괜히 추가했나 싶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주마등처럼 그녀 집 앞에서 펑펑 울었던 그 감정이 되살아난다. 차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난생처음 겪어보는 복받쳐 흐르는 내 눈물과 그 모습을 보며 눈물 흘리는 그녀의 모습 그 감정을 추스르는 데 한참이나 걸렸었다. 왜 그때의 감정이 기억났는지 모르겠다. 유추해 보건데 꿈의 내용은 밝지 않았다. 프로필 내용을 조금 더 내려보니 예전 나와 만날 때부터 헤어진 후까지 끈질기게 그녀에게 연락했던 동창 녀석과 찍은 프로필 사진은 지워져 있었다. 프로필을 추가하기 전 결혼한다는 문구가 보이길 내심 기대했는데 뭔가 더 복잡해진 기분이다.

잠자기 전 찝찝함에 프로필 히스토리를 보는데 아침에 있었던 글들과 사진이 많이 사라져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감정선에 무언가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녀는 서른셋 넘어서 결혼할 것이라며 말하곤 했는데 지금이 딱 그 나이였다. 그리고 내심 그 동창 남자와 결혼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가장 결혼을 많이 하는 계절이 봄과 가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이걸 계속 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다시금 연락처를 지웠다.
꿈속에서 나타난 첫사랑 때문에 이렇게 감정이 복잡 미묘할 줄은 몰랐다.

갑자기 연락해 "저녁에 커피라도 마실래?"라고 5년만에 보내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 스스로가 신박했다.

잘 살고 있겠지... 그리고 나도 잘 살아야겠지

그렇게 믿고 또 믿고 싶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하필이면 너무 오랜만에 비가 오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감정을 잘 달래야 할 것 같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