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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센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핸드폰을 보는 순간 잠 못이룰 거 같아 시간을 알 수 있게 화면을 캡처 해놓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에 다시 일어나 깼던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4시 거센 비는 잦아들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니 무엇을 신고 갈지 고민된다. 운동화와 구두 중 어느 것을 신을지 잠시 생각하다 비 오는 날 구두는 아닌 것 같고, 깨끗한 운동화도 흙탕물에 싸대기 맞으면 엉망진창 될 거 같고 답은 하나 제일 오래된 운동화 뿐이다. 그러다 초등학교 시절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시절 찍찍이 캐릭터 운동화를 한창 신을 때 비가 오는 날 운동화를 신고 집에 올 때쯤 다 젖어 질퍽질퍽 소리가 났다. 웅덩이에 빠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시절 운동화는 뒷 깔창이 닳아 그곳으로 비가 새어 들어오곤 했다. 가끔 재수 없을 때 웅덩이에 빠지기도 하긴 했다. ㅋㅋㅋㅋ 그렇게 집에 가면 하나밖에 없는 운동화 내일도 신어야 하기에 엄마는 빨아서 연탄 불 옆에 말리곤 하셨다. 잘 말리면 아침에 바싹 마른 운동화가 되지만 너무 가까이에 놓아두면 운동화가 누렇게 변색되거나 작게 쭈글어 들어 낭패를 보기도 했다. 도저히 어쩔 수 없을 때 엄마와 같이 옆 신발가게에서 운동화를 새로 사기도 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집에서 나와 20미터만 가면 모퉁이 돌아 신발가게가 있었다. 엄마는 항상 "요즘 많이 나가는 신발로 하나 줘요"라고 했지만 나는 신상 캐릭터 신발 구경하는 것도 설레고 새 신발을 신는 게 그렇게 좋았다. 그 당시 우리 집에서 운동화 2켤레는 사치였기에 거의 신지 못 할 때까지 신다가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이다. 패션이나 날씨에 따라 운동화나 구두를 골라서 신다니 그때와 너무나 달라졌다. 불현듯 이 기억이 오늘 출근길에 떠올났는지 모르겠지만 순박하던 그 때 반 쯤 젖은 운동화에 물을 부어 오히려 양말과 운동화의 질퍽임이 좋다고 장난치며 놀던 그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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