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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 바람이 매섭다. 원래 고지대이긴 했지만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좁은 골목길이 왕복 2차선 도로로 크게 확장되었다. 그 때문인지 바람에 사람이 떠밀려 가는 것 같다. 옆에 마무리 공사중인 아파트 때문에 도로는 반만 포장되고 나머지는 3주째 공사중이다. 금방 정리 될 줄 알았더니 공사가 지지부진 하기만하다.
인도도 없어 도로로 걷다가 차가오면 비켜줘야하는 이 번거러움과 불편함을 이제 입주할 아파트 주민들은 알까? 아파트가 생김으로 기존 주민이 어떠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그저 아랫동네를 보면서 자신의 신분이 상승했단 만족감에 흐뭇해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가져본다. 그나저나 빨리 공사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자기집 앞이 파해쳐져 자갈 길을 한달가량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소음에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도서관을 다녀오는 길에 바람이 더 매서워진 것 같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있는데 바람 때문에 얼굴을 들기도 힘들다. 귀는 쫑긋 세우고 뒤에 차가 오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돌아가기엔 너무나 춥다. 걸음을 제촉하는데 앞에 할머니 한분이 포장도로에서 비포장 도로 그 사이를 지나시다 툭! 하고 넘어지셨다. 젊은 사람이라면 넘어지지도 넘어졌을 때 손이라도 짚었겠지만 할머니는 그대로 지면에 얼굴을 넘어지고 마셨다.
그대로 달려가 책을 옆구리에 끼고 두손으로 할머니를 부축해 드리는데 너무나 가벼우시다. 마스크로 얼굴을 감싸셨지만 아흔살가까이 되어 보이신다. 하필 웅덩이에 물이 조금 고여있어 옷가지들이 더러워 지셔서 손으로 대충 털어드렸다. 바람이 계속해서 세게 불기에 얼릉 지팡이를 주워 손에 쥐어드리고 반대편 팔을 잡고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다 했지만 할머니는 계속 바로 집 앞이라며 손사레 치셨다. 그러면서 “입에서 피 맛이난다”고 말씀하신다. 3발자국 옴길 때마다 부축을 마다하셔서 나도 하는 수 없이 가던 길을 가야만 했다. 아마도 내가 따라가 다친정도를 확인하고 자식들에게 알리실까 걱정이 되셔서 혼자 가겠다고 하신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다행히 할머니 집은 넘어지신 곳 바로 옆 빌라였고 지나가다 몇 번 마주친 할머니 같은데 집에 돌아오니 더 신경이 쓰인다.
망할놈의 아파트가 뭔지 할머니들 입장에선 친구들도 떠나고 밤낮으로 시끄럽고 먼지날리고 오랜 집에서 쫓아내고 좋을게 하나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이는 부러지지 않으셨나 모르겠다. 걱정이 된다 할머니가 날씨도 추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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