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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던 휴가는 눈 깜짝할사이 지나갔다. 카페와 도서관을 드나들며 글을 쓰거나 책을 보았다. 주말에는 선약이 있어 밥먹고 차마시고 운동하고 집에 도착하니 다음날이다. 그대로 일요일은 집에서 하는 것도 없이 어제 누적된 피로를 해소하듯 잠자고 예능 몇개 시청하니 하루가 지나갔다. 월요일 아침 이게 마지막날 아침인가 싶기도 하고 뭔가 바쁘게 보내고 싶어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다녔다.
한번씩 종종가던 주차가 가능한 스타벅스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글을 쓰고 싶었다. 쓰고나서 다시 읽어보면 이게 뭐 하려고 쓴 글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지만 나름 맛집과 후기등을 블로그에 올린다. 종종 나만의 감성이 깨어나면 짧지만 생각나는대로 써보기도 한다. 나중에 다시 보면 이따위 글을 내가 왜 썼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쓰고나면 뭔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한번씩 써버릇 한다. 그러나 자리에 앉고 보니 공부하기에 딱 좋은 상태이다. 노트북 대신 들고다니던 한국사 교재를 펴서 한단원을 보기로 마음먹고 술술 읽어 내려간다. 기출문재집이지만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는 것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의 생활방식, 도구, 풍습등 글들이 애매모호하게 써진 것들 때문에 완벽하게 암기하지 않으면 틀리기 딱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암기하려 달려들면 제 풀에 지쳐 공부하기 싫어진다. 그래서 모르면 모르는데로 우선 훑고 넘어간다.
아파트 단지 앞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꾀 앉아있다. 시험공부하러 온 대학생 2명, 커피만 마시고 가는 여성분과 남성분, 사업 회의를 하는 중년의 어르신들 마지막으로 보험 설계를 해주는 사람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모여있다. 한번씩 세상은 이렇게 저마다 잘 돌아가는데 나만 멈춰선 기분이 들 때면 가만히 앉아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저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목표나 꿈이 있나? 행복한가? 나 혼자만의 시각으로 망상에 빠지곤 한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도 우습지만 남을 평가한다는 것 또한 우습다. 내 시야에서 그들을 보기에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려들면 오히려 사회에서는 싫어한다. 유대 관계가 형성된 사람에게서는 "내가 잘못했어도 무조건 내편" 해주길 기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 가족이고 친구이지만 잘못한 거는 잘못한거다. 그걸 잘했다고 하면 그 사람은 정말 그게 잘못된 것인지 알까? 반대로 유도리를 쓴다고 앞에서는 옹호하고 뒤에서 잘못을 알려주는게 더 좋은걸까? 아니면 원하는 답만 해주는 것이 바람직 한 걸까? 요즘 직장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사람간의 트러블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이꼴 저꼴 보기 싫어 길게 휴가를 냈는지도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려 드는게 문제라는 외침이 귓가에 울린다. 회사에서 경력많은 직원의 결과물이 신입보다 보잘 것 없어 한마디 했더니 나를 피한다. 노력하지 않고 빈둥빈둥 하는 게 사실 맘에 들지 않았다. 그 직원을 생각하면 책상에 고개를 숙이고 게임과 쇼핑만 하고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직원 입장에서는 나를 같은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한마디 뭐라 하니 그동안 챙겨 줬던 것은 물거품이 되버리고 결국 나는 쓰레기가 되었다. 덕분에 다른 직원들 또한 나를 색안경 끼고 보기 시작한다. 니편 네편 편가르기에 나는 상대편 진영으로 내팽개친 순간이었다.
편을 가르고 뒷담화를 하고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오죽 했으면 아무개가 퇴사하기 전 나에 대해 뭐라 했는데 자기가 보기엔 아닌 것 같다고 새로온 직원이 물어온다. 왜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고 가셨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헌웃음이 터져 나온다. 머 사는게 다 그렇지 척을 지기 싫어 감싸고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좋게좋게 했더니 가마니로 본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고 틀린말 없다. 처음부터 잘 해줄거라면 미운소리 하지 말던가 아니면 계속 해야한다. 웃으면서 좋게좋게 조곤조곤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엄청난 내공 아니고서는 힘들다. 또 웃으며 혼내면 귓등으로 듣고 실수를 반복하는 직원도 있다. 그때그때 다른 인격이 나와야 하나보다. 서로 웃으며 나도 상대도 서로 좋은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참으로 어렵다. 사람마다 다르고 사건마다 다르다. 나도 아직은 관리자가 되기에 멀었나 보다. 그나마 글을 쓰다보니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았던 내용이 나도 모르게 주저리 주저리 써져 나간다. 씁쓸하지만 누구나 다 겪는 일들 아니겠는가 쓰고나니 뭔가 정리되면서 조금이나마 응어리가 내려간듯하다.
한국사 책을 덮고 블로그 글들을 정리해 나간다. 하루에 하나씩 올려야 수익이 올라간다 해서 하루에 3~4시간씩 투자하며 올린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리하기 위해 올리는 게 아니라 무작위로 올리기위해 아무거나 쓰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쓰고 싶을 때만 글을 올렸다. 확실히 수익은 반에 반토막이 났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포스팅은 하지 않아도 되니 더 좋지않나 생각된다. 후딱 머리속 생각들을 정리도 할겸 끄집어 타이핑 하고나니 점심시간이다. 엉덩이가 벌써 베기다. 노트북을 정리하고 집에서 점심을 해결할지 맛집을 탐방할지 고민이 되지만 딱히 땡기는 게 없으므로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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