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집단 속에서 프리랜서로 지낸자 6개월 첫 이곳에 오기 전과 오고난 후 듣던 것과 겪은 것은 역시 달랐다. 나 또한 이곳을 오는 이들에게 이곳은 어떤 곳이다 말하겠지만 그들은 내 말을 어느정도는 맞고 어느정도 달랐다고 말할 것이다. 처음와서 방황하고 있을 때 그냥 지나가는 사람, 일적으로 연관되는 사람, 그리고 건너 건너로 아는 사람등 여러가지 케이스가 생긴다. 그중 오고 가다 알았지만 일적으로 마주쳤을 때 느낌을 이야기하고 싶다. 일적으로 연관된 계장님들 중에 한명은 욕심이 많아 보였고 게을러 보였다. 항상 옷을 화려하게 입고 다니고 직원들 입방아에 일을 하지 않는다고 자주 올랐다. 결재에 있어서 본인이 하기보다 직원들이 로그아웃 후 계장님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하는 일이 잦았다. 자리에 비워있는 ..
주말에 서로 약속이 잡혀있어 넘어가려 했는데 빼빼로데이라 뭘 안 주기도 뭐해서 저녁에 잠깐 보기로 했다. 집 근처라 그런지 오고 가는데 역시 부담이 없는 거리다 차 타고 5분이면 도착하니 얼마나 편한가? 고작 가는길에 신호등 1개 있을 뿐이다. 다만 문제는 가려고 했던 대형마트들이 하나같이 쉰다는 것이다. 별수 없이 동네 마트를 들렀다 가야 할 것 같아. 쇼핑백이 팔려나? 없을 것을 대비해 그래도 상태 괜찮은 쇼핑백을 하나 찾아 들고 간다. 마트에 들러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 종류별로 하나씩 사기로 했다. 쇼핑백에 들어갈 만큼만 사면 될 것 같았다. 종류별로 하나씩 고르고 빼빼로 앞에서 한참 고민해야 했다. 어떤 걸 사야 하나 해마다 새로운 포장과 맛과 종류가 나오는 것 같다. 그중 카카오 캐릭터 상품이 ..
벌써 3번째 만남이다. 금요일 저녁에 비까지 내리는 날이다. 2번째 만났을 때 그녀가 막걸리 이야기를 꺼넸던게 기억이 나 점심 때 "퇴근 후 막걸리 어떠세요?"라는 물음에 그녀는 흔쾌히 승락했다. 둘 다 퇴근 후 넉넉하게 잡은 시간은 8시, 나도 몇 번 막걸리 마시러 갔었던 그녀집 근처 전집에서 오늘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에들러 면도와 샤워를 하고 후딱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향수는 시원한 향과 따듯한 향 2가지 모두 번갈아 가며 뿌렸지만 특별히 향기에 대한 말은 없다. 아마도 향수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거나 후각이 예민한 편은 아닌 것 같다. 술을 먹기로 했으니 차는 놔두고 열심히 걸어갔다. 올 해 너무 많은 소개팅을 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그녀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서인지 크게 ..
소개팅 후 만남은 역시 빠를수록 좋다. 헤어지기 전 날짜를 잡으면 더 좋겠지만 시간이 애매해서 다음에 만나자는 약속만 했었다. 일요일에 봤으니 화요일 늦어도 수요일에는 봐야만 할 것 같았다. 빨리 많이 만나보고 빠른 결정을 내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월요일은 가벼운 카톡만 주고 받았고, 미루면 안보겠구나 싶어 화요일 시간이 되는지 물었을 때 그녀는 오늘 보자고 대답했다. 헤어지기 전 그녀가 밥을 산다고 했지만 밥 먹을 곳이 어디어디 있는지는 알아보고 가야 하기에 퇴근 전 블로그를 열심히 뒤져보고 갔다. 사실 아직 더 만날지 말지 감이 오지 않기도 하고, 괜찮은 사람 같기는 한데 섹스어필이 발목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마저도 옷빨이 상당했다. 그 전에 사귀었던 그녀가 2번째 만남에 목늘어난 티를 입고 나..
올해는 무슨 날인가보다. 소개팅이나 선이 한달에 한번씩 들어온다. 10월 이후는 해줄 사람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우연찮게 부모님 가게 단골 손님이 나를 보고 맘에 드셨는지 1살 연하의 여자분을 소개해주셨다. 이미 내 연락처는 단골 아주머니에게 있는 상태였고, 여자분 의향을 물어보고 아주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주신다고 했다. 엄마는 직장도 오래 다닐 수 있고, 맞며느리 감인데 인물은 별로라며, 아주머니의 말을 나에게 전했다. 사실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이제는 아무 생각이 없다. 년초나 중반까지는 희망과 재미로라도 나갔는데, 이제 그마저도 귀찮다. 매번 소개팅 나갈 때마다 입는 옷과 카페 또는 술집에 가서 어색한 인사와 메뉴 주문, 자리에 앉아 아이컨택을 하며, 상대에 대한 호구조사를 시작-조사-..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보는동안나는 현실과 영화의 차이에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다 영화를 영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평만 할 것 같아마음을 고쳐먹고 이상적인 시골의 모습에 빠져보기로 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OST 마저 나를 영화에 빠지게 만들었다.요즘 흔히 말하는 워라벨이 중촉되는 느낌을 받았다.스크린의 풍경들과 음식들 마지막 OST까지 내 몸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봄에는 씨앗 뿌리고 여름에는 옥수수먹고 가을에는 수확하고 겨울에는그간의 비축한 것들을 섭취하며 몸과 마음을 돌본다.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이미 해봤다. 하지만 바로 현실로 돌아와 영화는 현실과 다르다며 비난하고 있다.내가 지금 현실을 쫓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때론 이상을 쫓아 행복을 꿈꿔도 되지 않을까?이상을 그려보자. ..
문뜩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목소리가 좋아서성격이 밝아서향기가 좋아서그냥 모든 게 다 좋아서 그렇게 좋았던 것들이 관계가 끝나면 머릿속 어딘가에 추억으로 남는다. 이 노래 그 사람이 좋아했던 노래인데이 음식 그 사람이 가장 좋아했던 건데이 향수 그 사람이 뿌리던 거랑 같은거 같은데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락내리락내 기억의 문을 열고 닫는다. 때론 같은 층에 새로 쓰이기도 덮어 쓰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기억의 엘리베이터는 점점 쌓여저장공간이 부족해 느려지는 핸드폰처럼나를 더디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꺼내어 본다.그때 그 감정 그 느낌은 내가 다시 느낄 수 없는 그런 것일 테니까.
화분을 키우다 보면 자라는 속도에 관심이 간다. 내가 잘 키우면 식물이 빨리 자랄거라 생각하고, 그 모습이 보고 싶어 정성을 들인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너무 많은 정성을 들여 대부분 과습으로 빈화분을 만들지만 그 시기를 지나 안정기에 들어서면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식물도 있고 새월아 네월아 줄기만 몇주씩 걸리는 식물도 있다. 처음 키울 때는 빨리 자라는 식물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더디게 커가는 식물이 좋다. 더디게 자랄수록 더디게 시들기 때문이다. 꽃 또한 마찬가지다.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더디게 간다하여 꽃이 피지 않는건 아니다. 더 오래 피기 위해 양분을 모으고 있을 뿐이다.
공원을 산책하는 길에 저 멀리 낙엽들이 하나씩 떨어진다.동글동글 돌아가며 자기가 자라났던 지점에 그대로 떨어지는 안정성 우수한 낙엽도 있고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좌우로 크게 움직이다 떨어지는 녀석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바람에 몸을 맞긴 녀석까지 그 방법이 다양하다. 공원 길 옆 낙엽들은 누가 치운 것도 아닌데 길 양 옆으로 쌓여있다. 나도 모르게 그 쌓여있는 낙엽들 위로 내 발자국 소리를 내며 그 바스슥 거림을 즐긴다. 바사삭 부스슥 서걱서걱 하는 그 소리가 습도가 높은지 낮은지 까지 말해준다. 날이 건조한 날 낙엽을 밟을 때 나는 소리가 가장 맛이 있다. 그 낙엽 바스라지는 소리에 내 모든 스트레스가 다 부서져 없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들고 왠지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
사귀던 여자의 무표정이나 은연중에 나오는 표정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녀는 혼자 생각에 빠질 때면 입꼬리가 ☹️ 이런 모양으로 변한다. 무표정일 때는 다소 덜 하지만 🙁 이런 표정이다.관상학으로 어떤 성향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자의식이 강한 타입이라고 한다. 자의식이라 대략 설명하면 자기가 어떻게 보여질지 굉장히 의식한다. 자기 스스로를 자기가 자꾸 검렬하려고 든다. 자의식이 강한 여자라 모든 가능성과 변수를 열어두고 그것을 생각하는 일을 즐겨한다. 무엇을 하는 것 보다 무엇을 하기 전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그 시간이 좋다고 했다. 만난지 고작 2주가 지나기 전인데 결혼을 생각하고 입 밖으로 뱉어냈다. 적잖게 당황스러웠지만 받아주지 않으면 삐질 것을 알기에 맞장구는 쳐주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말로..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