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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산책하는 길에 저 멀리 낙엽들이 하나씩 떨어진다.
동글동글 돌아가며 자기가 자라났던 지점에 그대로 떨어지는 안정성 우수한 낙엽도 있고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좌우로 크게 움직이다 떨어지는 녀석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바람에 몸을 맞긴 녀석까지 그 방법이 다양하다.
공원 길 옆 낙엽들은 누가 치운 것도 아닌데 길 양 옆으로 쌓여있다. 나도 모르게 그 쌓여있는 낙엽들 위로 내 발자국 소리를 내며 그 바스슥 거림을 즐긴다. 바사삭 부스슥 서걱서걱 하는 그 소리가 습도가 높은지 낮은지 까지 말해준다. 날이 건조한 날 낙엽을 밟을 때 나는 소리가 가장 맛이 있다. 그 낙엽 바스라지는 소리에 내 모든 스트레스가 다 부서져 없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들고 왠지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그렇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경쾌하게 날 때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면 밖은 어두컴컴 해지고 홀로 사는 집에 들어서 방 불을 켠 순간 아침에 나갈 때와 동일한 그 모습이 요즘은 왠지 낯설기만 하다. 방문을 열고 현광등을 켜고, 전기장판을 켜고, 밥을 대충 먹고 산책을 나선다. 만보를 채울 때 들어와서 샤워하고 책을 읽다 11시에 잠든다. 날뛰는 저녁 패턴을 잡기위해 한 며칠 습관을 들였더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러나 너무나 익숙한 그 패턴이 가을 바람이 지나가고 겨울 바람이 오는 것 처럼 쳐랑하기만 하다. 따듯한 온기를 채우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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