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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단비가 아주 조금 내렸다.
공기의 무게가 다소 무겁지만
더 상쾌하게 느껴지는건 꽃가루 때문이라
언제 봄이 왔었냐는 듯
낮에 반팔을 입지 않으면
등줄기에 땀이 가시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내린 비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나무잎들은 균형을 맞춰가며
점점 푸르러 지고
내가 다니던 거리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변해간다.
그 변화에 나 또한 편승해 변해간다.
흘러가는 시간에 탑승해 옷을 갈아입는
나무를 보고 세월의 속도를 느끼면서
내 세월의 속도는 아직 집히지 않는다.
내 마음에 무게가 비온 후 무거워진
공기만큼이나 습한건 왜일까?
상쾌하면서 숨쉬기가 곤란한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오늘은 참으로 아리송한 산책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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