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야기/오늘

점심에 칼국수를 먹었다.

무뎌지지 않는 연습 2018. 2. 12. 17:18

회사에서 점심에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매일 구내식당에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메뉴만 먹기엔 모두가 질려있었기에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외식을 나가자고 하여 날도 추우니 칼국수집으로 붕붕이를 타고 나갔다.

 테이블에 앉아 칼국수와 팥칼국수를 2인분씩 시키고 만두를 차장님이 쏘셨다. 아싸를 외치며 나는 내 옆에 놓인 깍두기와 김치를 다시 그릇에 먹기 좋게 가위로 자른다. 검정색 큰 그릇에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고 생각보다 많은 양과 오랜만에 먹는 밀가루 음식에 이미 위장은 아우성치고 있었다. 

면발을 집게로 집어 앞접시에 가득 담고 국물도 없이 호로록~ 흡입했다. 역시 밀가루 음식은 첫 젓가락이 가장 맛있다. 그렇게 한접시 해치우고 이번엔 국물과 면발을 같이 호로록 해본다. 역시 칼국수는 바지락 칼국수지 하며 먹다보니 만두가 나왔다.

 나옴과 동시에 팀장의 젓가락이 움직인다. 역시 식탐 대마왕 아니랄까 나오자 마자 젓가락이 만두로 향한다. 만두는 어차피 매번 남으니 또 내가 다 먹겠군 하는 생각으로 만두는 과감히 패스한다. 그렇게 칼국수를 잘 먹고 있다 김치를 먹으려고 젓가락과 시선을 테이블 중앙으로 향하는 그 순간 팀장이라는 사람이 재채기를 한다.

에~~~~~~~~취!!!!!!

이런 썅!!! 내가 눈 뜨고 똑똑히 보는 앞에서 이물질들이 사방으로 퍼진다. 만두에는 팥죽을 찍어다 놓은 것 같은 비주얼로 변해 있고 45도 각도에서 터진 포탄은 전방에 있는 모든 음식에 바이러스를 뿌린듯한 효과를 내고 있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오랜만에 이렇게 맛있게 잘 먹고 있었는데 지금 저걸 보는 순간 먹던 것 마저도 뱉어내고 싶다. 

저 망할 놈의 팀장 새끼 더럽고 추접하기로 유명한 그런 사람 입에서 나온 이물질이다. 컵은 1년에 한 번 씻고 위생관념이 없어서 보틀은 산 이후로 한번도 씻은적이 없어 투명한 색상이 불투명 색으로 변해있을 정도다. 맛있는 저 음식들을 어찌할까 소심해서 젓가락 내려 놓으면 또 궁시렁궁시렁 나이먹고 몇 주 삐져있을 저 인간을 에티켓도 없이 입도 안가리고 기침하는 저 개썅마이웨이 인간을 어찌할까 생각하다. 나는 스스로 최면을 건다. 나는 못 본것이다. 침이 거의 안 튀었을 것이다. 나는 방금까지 잘 먹고 있었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열심히 주문을 외웠지만 김치는 반대 방향 속에 있는 것부터 먹고 팀장 앞에있는 팥칼국수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그냥 조용히 괜찮다 괜찮다 내 비위를 달래며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만두는 남았고 사준 차장님을 생각해서도 먹어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남은 만두는 칼국수 국물에 흔들어 먹었다. 먹고나서도 계속되는 메스꺼움은 회사로 돌아와 초코로 다랠 수 밖에 없었다.

나름 기분 좋았던 외식은 잡치고 말았다.

재채기 할 때 손으로 가리고 하자 쫌!!



'이야기 >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쁘게 살다보면 1  (0) 2018.02.20
짜증이 난다.   (0) 2018.02.13
30대 중반 운동을 해도 피곤하다.  (0) 2018.02.07
빠름과 느림  (0) 2018.01.26
눈길을 걷다 문특 비트코인 생각에...  (0) 2018.01.10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