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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녀와 같이 퇴근하기 위해 업무를 정리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타이밍이 그녀집 근처에 사는 직원과 같이 나온 바람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이 내려갔다. 바래다 준다 말하기도 애매하고 그렇게 뜸들이는데 다른 직원이 "집이 저희집 근처죠? 같이 가요" 라고 했지만 그녀는 "괜찮아요 금방가요" 하면서 걸어갔다. 차에 시동을 걸고 가면서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데 이렇게 보내긴 아쉬워 우선 그녀가 가는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전화를 했다.
"너 타는 버스 방금 가버렸다. 어떻게 할래 바래다 줄까?" 내 물음에 그녀는 "네 좋아요" 흔쾌히 승락했다. 그렇게 차를 같이 타고 집에가는 길에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넸다. "요즘 떡볶이가 먹고싶은데 유명한 곳이 어디야?" 집에서 시켜먹기만 했는데 엽떡이 맛있단다. "그래? 나 한번도 안먹어 봤는데 먹으로 갈래?" 그녀는 이번에도 콜을 불렀다. 그렇게 식당에 도착해서 나올 때 까지 그녀는 하염없이 말을 했다. 처음 맛보는 떡볶이는 속만 뒤집힐 뿐 딱히 맛있지 않았다.강한 MSG와 육수가 내 미각을 장난치는 것 같은 맛이었다.
떡볶이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작은 테이블을 넘어의 그녀의 두툼한 입술과 상냥한 미소만이 내 눈에 보였다.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보였다. 떡볶이 집에서 그녀는 사실 지금껏 봐온 모습중에 가장 밋밋했다. 뭔가 하나 가미되지 못한 느낌이 드는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절반은 남긴체 자리를 일어섰고 커피나 마시자고 할 줄 알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이대로 집으로 바래다 주면 그녀가 또 "감사합니다"라며 집으로 갈 것 같아 차에 시동을 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략 1시간 가량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옆에서 보는 그녀는 떡볶이 집의 모습과 또 다르게 매력이 뿜뿜하고 있었다. 거기다 이야기 또한 이제 신나서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손 잡고 이야기 하거나 더 가까이서 마주보고 이야기 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내내 맴돌았다. 주로 다른 남자를 만나면 남자가 말을 하는 편이고 자기는 듣는 편이라는데 나와 있을 땐 정 반대였다. 이걸 호감의 표시라 해야할지 아니면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줘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 그녀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내용은 그녀의 성격과 인간관계에 대해서였다. 사실 그녀는 특이하다 호감형 외모와 둥글둥글한 성격은 주변인들로부터 그녀에게 쉽게 다가서게 했고, 그러한 점이 장점과 단점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어장관리인데 본인은 그런게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 그녀에게 하는 행동들은 내가 보기에 뻔히 보이지만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다 받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나도 한명인지 아닌지 분간하기가 힘들었기에 무언가 찾고 싶었다. 확신을 말이다.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없어 내가 안전벨트를 직접 매주었다. "제가 할게요"라고 할줄 알았지만 놀란건지 어쩐건지 "감사합니다" 라고 한다. 그러다 문뜩 생각이 들었다. 벨트를 매주며 표정을 봤어야 했는데 그러다 키스?? 응?? 를 할 수도 있는거고 그녀의 표정에서 호감과 불쾌를 느낄 수 있는 건데 너무 순수하게 벨트만 해주었다. 이래서 연애는 쉬면 안된다. 그간 했었던 노하우를 잊어버리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녀 집까지 순식간에 도착해 버리고 좀 더 있고 싶지만 딱히 그녀를 잡아둘 멘트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녀 집을 지나쳐 한바퀴 도는데 벨트를 푼 그녀가 다시 벨트를 맨다.
"뭐 어디 들르시게요?"
"웅 편의점좀 가려고"
기껏 생각한 멘트가 저거라니 나도 참 나이 헛먹었나 보다. 그냥 너랑 좀 더 있고 싶어서 라고 했으면 되는건데 그러면 애매한 관계도 어떻게 할지 정리되고 그녀의 마음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을 건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한번 나간 말은 담을 수 없고 한번 정리된 관계가 다시 좋아질 일은 없을 거란 생각에 망설였다. 그렇게 또다시 순식간에 그녀 집이 나타났고 "바래다 주셔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그녀는 오늘도 쌩항니 집으로 들어갔다. 저런 태도를 보면 나에게 관심이 없는게 확실한데 지금껏 사귀었던 여자들은 뜸을 들이거나 아이컨택 정도는 해주었고 집을 들어서기 전 다시 꼭 뒤돌아 나를 보았었다. 그 모든 호감의 표시가 그녀는 없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조심히 가라는 그런 카톡 따위도 말이다.
집에 가는 길에 다시금 생각해 본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들이대고 있기는 한데 상대의 마음을 모르겠어서 지금 이러고 있는건지, 알면서도 내가 들이밀고 있는 건지 말이다. 나 또한 관심없는 상대가 잘 해주면 좋긴 하겠지만 부담이고, 마음도 없는데 계속 받아주는 어장관리는 싫다. 당하기도 싫고 하기도 싫다. 그렇지만 상호작용이 없는 관계의 끝이 좋을리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 이번주 까지만 잘 해주자라고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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