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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무표정한 그녀

무표정한 그녀 5

무뎌지지 않는 연습 2018. 9. 5. 01:37

오늘은 그녀가 약속이 있다고 하여, 퇴근 후 집으로 갔다. 그동안 못했던 운동을 하고 샤워하고 나와 그녀에게 일 끝나고 친구를 어디서 보느냐 물었다. 그녀의 병원에서 차로는 가까운 거리지만 버스로는 돌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카톡을 하면서 나에게 대려다 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어 "댈다줄까?"라고 톡을 보냈더니 "그럼 나야 좋지!"라고 빠른 칼답이 왔다.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피곤피곤피곤이라는 딱지가 몸 곳곳에 붙어있었지만 이미 뱉은 말 갈 수 밖에 없었다.

 차를 타고 10분여 만에 그녀의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내가 왜 말했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졸음이 너무 쏟아지고 있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그녀의 퇴근이 늦어졌다. 차에서 누워 노래를 따라부르며 그녀가 나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녀가 퇴근하고 나와 자연스럽게 내 차에 탔다. 버스타고 가는 시간과 차로가는 시간이 2배정도 차이가 나니 그 시간만큼만 있다가 출발하자고 했다. 벨트를 했던 그녀도 벨트르 풀고 편하게 이야기할 준비를 했다. 주로 친구들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 뭐하고 노는지 뭐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다 결국 또 먹는 이야기로 빠졌다.
 시간이 늦을 것 같아 우선 만나는 장소로 차를 몰았다. 한번 주유하면 2주일 탔었는데 그세 1주일이 간당간당 해보였다. 신호에 따라 가던 길에서 조금 다르게 갔더니 오히려 더욱 빨리 도착했다. 집에서 쉬기로 했지만 나온만큼 그녀를 쉬이 보내기가 싫었다. 그렇게 약속 장소에 도착해 그녀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대뜸 회사이름을 물었고 나는 말 대신 회사 홈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순간 뭔가 싶었지만
나는 그녀의 병원을 아는데 그녀는 모르니 궁금하기도 했을 것 같았다.
 이야기를 하는중 그녀의 친구에게서 언제 오느냐고 전화가 왔고 이제는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녀가 내리기 전에 "전에 나에게 물어봤던거 대답 듣고싶어?"라고 했고 나는 "응??" 당황했다. "카톡으로 말해줄까? 지금 해줄까?"라는 물음에 이미 그녀의 행동과 표정에서 사귀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캐치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지금 말해달라고 하였다. 그녀는 "그래요" 라고 말했고 나는 도돌이표 처럼 따라 말했다.

"그래요?" 

"웅 그래요 무슨 뜻인 것 같아?" 

"그야 오늘부터 사귀자는 소리지"

"잘 아네 나 갈게 조심히 가~"

"웅 진작 좀 말해주지 재밌게 놀아~~"

그렇게 뭔가 김빠진 콜라같은 대답을 듣고 집으로 향했다. 원하는 답을 들어 놓고도 뭔가 아쉬웠다. 사귀자고 했는데 사귀는 첫 날인데 그냥 보내는 게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이미 내려서 사라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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