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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무표정한 그녀

무표정한 그녀 6

무뎌지지 않는 연습 2018. 9. 6. 01:35

그녀의 근무 시간과 그날의 스케쥴에 따라 그녀와의 약속을 잡고있지만 너무 즉흥적이다. 언제 볼지 어떻게 볼지 보고나서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놓고 만나지 않다보니 나만의 스케쥴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이러다 또 끌려가는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오늘 친구집에서 자고 바로 출근한다고 했다. 대리러 간다고 했지만 오지 마라고 했다. 요즘 그녀의 근무표를 자주 찾아보게 된다. 확인해보니 오늘부터 3일간 나이트 근무다. 잠 자는 시간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서 내 젊음과 바꾸어 생활하는 것 밖에 안되는 것 같다. 그녀는 벌써 그 생황을 6년째 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은 30대 진입하게 되면 3교대 일을 그만두는 것 같았다. 그녀는 결혼하면 그 생활을 그만 하겠다고 했다. 주말 이틀은 보지 않을 순 없으니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보자고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몇시에 일어날지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무더위에 낮에서는 잠도 잘 못자고 그 상태에서 밤샘 근무는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덕분에 나는 주말에 밀린 일들을 했다. 청소, 빨래, 정리정돈, 심부름 연애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집안일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즉 연애를 하게되면 집 꼬라지는 개판이 되는 셈이다. 연애하고 잠자는 시간도 부족하니까 그렇게 되는건데 나이가 먹고부터는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연애도 어찌보면 청소하는 것 처럼 하나의 과정이 되어버린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음날 그녀는 또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도착해 모기와 무더위에 시달린 후 나를 만나기로 했다. 나 또한 점심에 집에 있을 수 없어 자격증 책을 들고 그녀 집 앞의 카페로 갔다. 날씨가 무더워서인지 사람은 가득가득했고, 이미 매장에 앉을 자리가 없어 종업원이 설명하고 있었다. "자리를 확인하신 후 주문해주세요" 그 멘트를 듣고 바로 근처 조용해 보이는 카페로 차를 다시 몰았다. 다행히 자리는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아 2인 테이블 3개를 붙인 6인용 자리를 썼다. 가져온 자격증 압축 프린트물을 펼쳐들고 밑줄을 그어가며 보는데 역시나 오랜만에 공부인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대충 보기로한 시각이 다가오자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언제볼거에요?"

"나는 5분이면 될 거 같으니 준비 끝나면 말해요"

"준비 다 끝냈는데"

"지금 갈게요~~"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그녀의 답장을 기다렸다. 5분쯤 기다렸나 전화가 울렸다. "어디에요?" 나는 지하에 있다고 했고 그녀는 안보인다고 했다. 차에서 내려 그녀가 나오는 입구 쪽으로 향하니 반대편에서 전화를 하며 걷고있는 그녀가 보인다. 라운드 티와 반바지 샌들을 신고 있었다. 출근하는 날은 대충 입고 나가는듯 했다. 차가 있는 곳까지가서야 그녀는 나를 발견했다. 차 문을 열어주고 그녀를 태웠다. 오늘 목적지는 어제 정해놨으나 그녀의 마음이 또 바뀌었을지 모르니 다시 물었다. "오늘 콩물국수?" 그녀는 가자고 했다. 예전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가봤던 적이 있는 국수집이었다. 차를 몰고 그 가게 앞을 지나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역시 주차가 힘들어 보인다. 주차가 힘들어서 이 국수집을 자주 가지 않았었는데 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다행히 골목 한켠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주차를 하고 국수집으로 향했다.

 콩물국수를 2개 시키려다 혹시 몰라 비빔국수로 바꿨다. 국수라 그런지 면 삶는 시간만 기다린체3분도 안되어 바로 나왔다. 그녀에게 콩물국수를 주고 나는 비빔국수를 먹었다. 역시 국수는 비빔국수가 맛있다. 콩물을 먹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애매한 눈치다. 어색해서 저러는 것인지 맛이 없는건지 아직 분간이 가지 않지만 아마도... 맛 없는 눈치다. 적당히 먹은 것 같은 눈치이기에 내 것이랑 바꿔먹자고 했다. 비빔이 더 맛있다며 그녀의 앞에서 국수는 흔적을 감췄다. 다만 내 앞에는 엄청난 양의 콩물국수가 남겨져 있어 열심히 호로록 후루룩 할 수 밖에 없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 그녀의 손을 잡고 차로 향했다. 딱히 다음 일정은 정해지지가 않았지만. 배가 너무 불러 무언가를 더 마시거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차에서 어디를 갈지 정하지 못하다가 2시간밖에 시간이 없어 바로 병원 주차장으로 가자고 했다. 차안에서만 있어도 충분한 시간 같았다.

 차에서 이야기 주제는 한계가 있다. 보이는 것이라곤 네비게이션과 음악리스트밖에 없어서 음악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그녀는 모르는 노래는 잘 듣지 않았다. 주로 알고있는 노래들만 찾아서 들었다. 그리고 최근 서로의 친구를 소개시켜준 사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서로 어떤 점이 싫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결론을 내고 보면 괜찮았는데 막판에 내 친구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역시 술이 문제다. 그렇게 일렀 것만 술먹고 자제하지 못하고 사고친 것 같았다.

 그렇게 2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패턴이 서로 다른만큼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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