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늘은 그녀가 친구를 만난다고 했다. 마침 OFF이고 친구도 끝나는 시간이 빨라 일찍 만난다고 했다. 내 친구와 소개팅을 했던 친구라고 하기에 소개팅 후기에 대해 많이 좀 듣고 오라고 했다. 사이즈가 딱 둘이서 술을 마시고 나를 부를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나 퇴근 시간이 되니 사람들은 갈 생각을 안하고 기력은 빠졌다. 혼자서 편하게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다들 갈 생각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막 밥을 먹고있는데 연락이 왔다.
"친구가 오빠 보고싶대"
"나 밥먹고 있는데.."
"맛있게 먹어~"
아마도 오라는 눈치다. 그리고 가야할 것 같다는 것을 이미 나 또한 알고 있다. 친구랑 금방 해어질 거 같다며 산책이나 하게 오라고 한다. 아마도 여자를 만났으니 한껏 꾸미고 나갔으리라 근데 산책이라 이 날씨에? 고민이 벌써부터 많아진다. 산책을 하자니 냉장고에 넣어둔 500미리 생수 한병을 챙겨 나갈 준비를 했다. 옷은 아주 편한 브이넥 티셔츠에 슬랙스 그리고 새로 산 흰색 신발을 신고 나갔다. 20분 뒤 친구를 보내고 보기로 했지만 전화를 했을 때 아직 가게에 친구와 있는 상태였다. 내용을 들어보니 친구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고, 그녀는 태워줄테니 타고 가라고 했다. 나 또한 바려다 줄테니 거기 있으라고 했다. 그녀는 신이 나있는 눈치였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친구와 같이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있었다. 친구는 사진과 거의 유사하게 보였다. 어디가서 빠지지는 않은 얼굴에 가녀린 몸매 길쭉한 인상을 주는 친구였다. 반대로 그녀는 반바지의 나시로 된 원피스 같은 옷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그녀의 모습중 화장과 옷에 가장 신경을 쓴듯 보였다. 차에 타자 그녀의 술냄새가 풍겼고 기분이 한껏 업되어 있었다.
친구 집까지 아는 길이었고, 거리가 가까워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내 친구와 소개팅한 후기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그녀의 친구는 두리뭉실하게 성격차이라고 했지만 친구를 집 앞에 내려다 준 후 그녀에게 들어보니 술 먹고 집에 가지 않고 택시를 거부하며 꼬장부렸다고 했다. 생각할수록 진상이 맞는 것 같다. 그녀와 헤어지면 바로 전화해서 한마디 해야겠다.
그녀의 집 근처 공원은 아주 오래전 가보고 최근에 간적이 없어 생각나는데로 차를 몰았다. 차가 들어가야 할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가자 그녀는 왜 이리로 오냐고 나에게 되물었고 아까 그녀에게 말했던 주차 어디에다가 하는지 알려달라는 내 말은 그냥 떠도는 메아리가 되었다. 운전하지 않는 사람과 한 사람의 차이가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다. 아니면 술마셔서 벌써 잊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했다. 다시 차를 유턴해서 공원 안으로 쭉 들어갔다. 더운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생수를 챙겨들고 그녀와 나란히 공원을 걸었다. 길도 모르는데 내가 앞장서서 갔고 그녀가 뒤따랐다. 그녀는 먼저 리드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먹을 때 식당 고르는 일 빼고 말이다.
샌들과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고나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또각거리는 소리와 그녀의 술기운은 그녀의 기분을 한껏 업시켜 놓았고 친구가 무엇인가 말을 한 것 같았다. 그녀의 친구는 내리면서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했고 나도 그녀도 웃음으로 화답했었다. 그녀는 거닐면서 여러번 우리집 동네에 가고 싶다며,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프로필 상태문구가 생각났다. "그정도면 충분하다." 나를 만날 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사진과 상태 메시지에 3번째 보던 날 그런 문구가 남겨져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만난 후 처음으로 친구를 만난 상태에서 친구는 아무래도 남자 집에 가보라고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그럴생각으로 나를 꼬득이고 있었지만 아직 나는 거기에 넘어가줄 의향이 없는 상태였다.
공원을 한바퀴 돌고 집 근처의 핫플레이스와 전망 좋은 곳이 있으니 가자고 그녀를 태웠다. 드라이브는 언제나 좋다며 그녀는 신나했다. 보조석에 있는 그녀의 피부와 눈망을은 한껏 초롱초롱 빛났다. 3번째 만났을 때 목 늘어난 티셔츠와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그 때는 그만 보자고 할까라는 말이 나올랑말랑 했었는데, 그녀의 매력은 역시나 웃을 때 나오는 눈웃음이었고 그날따라 유난히 더 빛나보였다. 핫플레이스는 늦은 시각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녀도 그렇다고 했다. 차로 한바퀴 돌고나니 3분도 걸리지 않은듯 했다. 언덕을 한참 올라 도착한 곳은 늦은 시각에 오히려 더 붐비고 있었다. 야경이 한눈에 보였고, 커플들이 의자를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난간에 서서 그녀와 야경을 바라보다 그녀의 모기 걱정에 차로 금세 가야만 했다. 그녀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차에서 그녀는 우리집에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그 말을 빙빙둘러서 하느라 참 고생한다 싶었다. 집에 부모님이 종종 와서 주무시고 간다고 그녀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순수히 물러나는 눈치였다. 표정에 많은 아쉬움을 뒤로한체 목표를 잃은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반대로 산이라 어두운 곳이 많은 도로였기에 나는 가는도중 차를 한쪽에 세우고 그녀에게 스킨쉽에 대해 물었다.
"아직은 키스하기에 좀 빠르다 생각해?"
"아니 무슨 그런걸 물어보고 해요. 그냥 하는거지"
"얼굴을 자꾸 피하길래 물어봤지~ 싫어하나 해서"
그녀는 자신은 싫어하지도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대답과 속도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것 같다는 두리뭉실한 대답을 했다. 이왕 물어본 거 다시 시도나 해봐야 겠다 생각이 들어 키스를 했는데 처음으로 그녀가 받아주었다. 맨정신에는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술기운인지 받아주었다. 만난지 열흘만에 첫키스라 그간 내 경험에 비춰보면 빠른 것도 느린것도 아닌 보통의 속도였다. 어두운 곳에서 그렇게 첫키스를 짧게 했다. 5분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이상의 진도는 그녀가 싫어해서 나가지 않았다. 다시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거부했다. 스킨쉽에 대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았다. 그렇게 첫키스를 마치고 그녀의 집 지하주차장에 바래다 주고 가려는데 그녀는 왜 여기다 주차를 하냐고 날 나무랐다. 저 뒤에 공간 있는데 주차를 해야지 왜 그랬냐면서 말하는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려주고 갈려고 했었는데 더 있다 가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또 그렇게 차에서 1시간 가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정이 넘겨서야 집으로 향했다. 참으로 바쁜 하루였다.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