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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전 근무가 끝나고 친구집에 놀러간다고 했다. 날도 더우니 에어컨 바람에 잘 쉬다오라고 했다. 퇴근 무렵 그녀 친구집에 들러 그녀를 바래다 주고 갈까라는 생각에 메시지를 보내보니 오늘도 한잔 하셨다. 그녀를 바래다 주고 친구녀석과 술 좀 마실려고 했더니 오히려 자기 친구와 2:2로 같이 마시자고 한다. 그녀의 친구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던 터라 사실 만나고 싶지 않 았다. 최근 남친과 헤어지고 과거 사겼던 전전남친들과 데이트를 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얼굴도 예쁘다고 하지만 사진을 봤을 때 강남 언니들과 똑같이 생겨서 그렇게 호감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친구녀석은 그런 여자를 극혐하는 주의라 굳이 이 만남을 성사시키고 싶지 않았다. 친구에게 물어보고 답변을 준다고 했으나, 오히려 친구는 그녀랑 놀라며 술은 무슨 술이냐고 했다. 그렇게 약속은 다음에 보자는 식으로 미뤘다.
그녀의 친구집까지 가는 길은 가장 번화가에 있어서인지 교통이 많이 혼잡했다. 어제 늦게까지 그녀와 시간을 보낸 후유증과 회사 업무 스트레스 거기에 교통 스트레스까지 누적이 많이되어 있었다. 그녀에게 거의 다 왔으니 내려오라고 전화를 했고, 잠시 후 그녀가 내려왔다. 술을 마셔서 약간 발그레한 모습에 편한 옷차림이었다. 어제보다 다소 텐션은 낮았지만 내 목소리가 저음이어서인지 눈치를 살폈다. 오늘 무슨일 있었어? 뭐 나 때문에 화난 거 있냐는등의 질문이 왔지만 회사 스트레스라고 애둘러 말했다.
그녀의 집으로 향하면서 이미 그녀는 소주 1병을 마셨고 날은 덥고 나도 맥주가 먹고 싶어 근처 지나가다 봤던 펍에 가자고 했다. 그녀도 그러자고 했다. 주차를 어디다 해야하나 싶어 생각해보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도로변에 대놓고 맥주집까지 걸어가는데 그녀가 왜 이렇게 차를 멀리 대놨냐며 물어본다. 내 생각에도 그랬다. 분명 더 가서 주차할 곳이 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도 무언가 짜증이 아직 나에게 남아있나 보다. 그리고 그 짜증은 걸러지지 않은체 내 표정을 통해 나오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듯 보였다.
본래 생각했던 맥주집은 사람이 없고 아재들이 가득했다. 다시 발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했는데 실내가 더워보였다. 가장 괜찮은 술집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기에 그곳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5개의 소시지를 파는 작은 호프집이었는데 아주머니 7분이 모임을 하는듯 보였다. 가게는 좁고 에어컨은 나오는데 소시지를 굽기 때문에 실내는 너무 더웠다. 흑맥주를 각각 시키고 안주를 골랐다. 나는 배가 고픈상태였고 그녀는 이미 술 마시며 안주로 회와 라면을 먹은 상태였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이것저것 그집에서 파는 메뉴가 섞여있는 안주를 골랐다. 그 사이 맥주가 나왔고 더위 때문인지 금세 반을 비워냈다. 그녀는 코젤다크라는 흑맥주에 빠져있는 상태였고, 그 맥주를 시킬 때 주는 잔에 뭍은 흑설탕과 계피가루에 빠져있었다. 맥주가 맛있는 건지 잔에 있는 계피와 설탕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후자가 맞는듯 보였다.
소시지와 감자튀김 샐러드가 있는 안주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소시지에 고추가 섞여있어 맵기는 했지만 샐러드가 신선하니 그 매운맛을 잡아주었다. 특히나 감자튀김은 최근에 먹은 감자튀김중 가장 바삭하며 신선했다. 감자의 맛과 기름의 맛 그 조화가 훌륭했다. 햄버거집 감자튀김은 명함도 못내밀 맛이었다. 그녀도 나도 감자튀김이 맛있다며 연신 캐첩을 찍어 입속에 넣기 바빴다.
그렇게 먹고 나오니 그녀가 미안한지 내가 계산하려고 카드를 냈을 때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내가 낼까 했지만 어차피 내일 또 데이트를 하러 가기로 했기에 놔두었다. 다시 차로 돌아가 더위를 좀 식히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이제 집에가는 시간이 좀 더 빨라지긴 했지만 이 날도 2시간 가량 차에서 이런저런 애기와 키스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제는 새로운게 아닌 반복되는 패턴이 조금씩 생겨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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