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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비가 많이 내려 신발이 흠뻑 젖거나, 운동화 밑창에 구멍이 생겨 양말이 다 젖을 때면 엄마는 내 운동화를 빨아 연탄불 옆에 놔두곤하셨다. 어렴풋 기억나는 그 운동화는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 신발이었으며, 측면에 각도에 따라 변하는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어있고, 시발끈이 없는 찍찍이 운동화였다. 생각해보면 끈보다는 찍찍이가 더 편한 것 같다. 크룩스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가끔 신발은 젖었는데 다음날 학교를 가야할 일이 생기면 우리집에서 대로변으로 나가는 모퉁이를 돌아가면 나오는 신발가게에서 운동화를 사주셨다. 내가 신발을 고르기 보단 가격대에 맞춰서 신발 사이즈만 보고 가장 많이 팔리던 운동화를 주었던 거 같다. 그 때도 한쪽만 신어보고 사이즈를 확인한 후 맞을경우 반대쪽 신발도 신었던 거 같다. 아까워서 신고 오지는 못하고 슬리퍼로 다시 갈아 신고 집에 도착해서 다시 새로운 들뜬 마음으로 신었던 거 같다. 연탄불 옆에 놓인 운동화는 더이상 신을 일이 없을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운동화는 뜨거운 연탄불 옆에 놔둬서 그런지 쭈글어들기 일쑤였다. 더는 못신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아까워서 밑창 다 떨어질 때 까지 뒷굼치를 구겨서 신었다.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신발은 항상 한켤레만 있는 것인줄 알았고 밑창이 떨어질 때까지 항상 신고다녔다. 지금 내 신발장에 있는 운동화 갯수를 생각해보면 참 아련한 추억이다.
그 때가 오히려 물건에 대해 더 집착하고 애정을 가졌던 반면 요즘은 몇 번 신고 버리거나 있는 줄도 모르고 오래되어 버리는 신발도 생겨났다. 너무 많아 기억에서도 사라지고 더 신어야 할 필요성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너무 과하니 없는 것만 못한 거 같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그대로인데 물건 가지수는 많아지고 어느세 그 것들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처지라니 너무 많아서 문제인지 기억을 못해서 문제인지 이제는 아리송하다. 차라리 스티브 잡스나 주터버그처럼 단벌신사가 더 좋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많으면 좋을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 소비와 낭비만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뜬금없이 초등학교 연탄불 옆에 놓인 운동화가 생각나 이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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