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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부모님이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떠나신다. 추워지기 시작할 무렵인데 더운나라로 가시니 국내에서 입을 외출복과 해외에서 입을 얇은 여행복만 챙기시면 될 터였다. 창고에 여행가방이 있는지 찾아보니, 아주 오래 전부터 부모님이 가지고 다니셨던 가방이 2개 있어 꺼냈다. 비닐로 씌워놓아 먼지가 쌓이진 않았지만 거미가 들어가 하얗게 거미줄을 쳐놓고, 스스로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체 그곳에서 삶을 마친듯 보였다. 최소 3년에서 5년은 쓴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방 하나는 용량이 너무 작아 보였고, 하나는 좀 더 컸다. 아마 예전에 각각 1개씩 들고다니기 위해 2개를 구입하신 것 같다. 이번 여행은 3박 5일 일정이기에 가방은 1개면 충분하다고 하셨다. 작은 가방은 상태만 확인한체 다시 넣어놓고 큰 가방만 방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가방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쌩쌩했다. 대략 10~20년 사이일 것 같지만 가방 어디에서 제작년도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손잡이에는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있어 물티슈로 몇 번 문지르니 다시 검정색의 깨끗한 손잡이로 돌아왔다. 가방 내부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멀쩡했다. 들고 다닐만 한지 살펴보기 위해 가방을 들어보니 손잡이 2곳 모두 고정시키는 부분이 한쪽씩 뜯어져 두꺼운 철사로 고정되어 있었고, 바깥 지퍼는 손잡이가 뜯어져 있었다. 1년에 한번 쓸까 말까 한 가방에 년식을 고려해 보면 생각보다 멀쩡했다.
뜯어진 손잡이 부분이 철사로 단단히 연결해 놓았지만 철사에 옷이 찢길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래도 새로 사드려야 할 것 같았다. 아마도 철사로 고정해놓고도 가지고 다니셨을 거라 생각된다. 공항이나 여행을 같이 가는 분들에게 이 오래된 가방을 어떻게 볼지 신경이 쓰였다. 과시하고 비교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뭐라 하시는 친구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되지만, 우리 부모님은 거기에 연연해하지 않으셔서 더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자식인 나는 거기에 연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켜고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 "캐리어 여행가방"이라고 검색했다. TV에서 보던 여행 가방은 보통 20만원이 넘어가고,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5만원 정도면 25L 용량의 가방을 살 수 있어 보였다. 이 가격이 합리적인지 효율성이 뛰어난지도 사실 여행을 다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20L는 작아 보였고 28L는 또 너무 커보였다. 하는 수 없이 가장 많이 팔린 상품과 가장 많은 후기가 달린 상품 거기다 무채색을 좋아하는 부모님 취향까지 고려해 25L 네이비 색상 가방을 구매했다. 다행히 여행 전날 부모님에게 가져다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가방도 문제이긴 한데 입고가실 옷과 여름 옷 또한 신경이 쓰여 엄마에게 물어보니 다 있다고 짐만 싸면 된다고 하신다. 나는 엄마의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지만 우선은 알았다 했다. 너무 메이커를 찾아도 문제, 안 찾아도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집은 너무 안찾아서 문제이다. 아무래도 여분의 옷을 더 많이 사드려야 편하게 입으실 것 같다. 계절별 한 벌씩만 해드렸던게 못내 아쉽다. 저축만 했지 쓸줄을 몰랐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번 계기로 남들 다 입는 옷들 한 벌씩은 더 사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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