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야기/나

30대 솔로의 연말저녁

무뎌지지 않는 연습 2018. 12. 23. 16:45

 집에 도착하면 모든게 귀찮다. 야근을 지속한지 벌써 2달이 넘어가고 있다. 개떡같은 일정에 머릿속에 무슨 생각인지 정해진 기한도 없이 무조건 빨리빨리만 고집하고 있는 팀장때문에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다 놓치고 있고 무조건 빨리빨리란다. 팀원들 다그친다고 뭐가 나아지나? 기한도 없는 프로젝트라 참 신박하다. 모든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배포만을 위해 닥달하는 그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 달라는 말에 그제서야 스스로 일정을 그려본다. 다음주 배포라던 양반이 자기가 달력을 펼치더니 3주 뒤를 말한다. 병신인가? 맞다 병신 돌아이 질량 보존법칙에 의해 어쩔 수 없다라지만 내 상사가 그럴경우 역시 팀원들만 힘들 수 밖에 없다. 중간에서 내가 조정해 본다고 했지만 윗선에 보고를 자기 맘대로 하는 바람에 모든게 틀어졌다. 팀원과 윗선 사이에서 거짓말로 대응하는 팀장은 여간 정이 가지 않는다. 앞과 뒤가 다른 사람, 속 마음과 겉 마음이 다른 사람, 웃을 때와 무표정일 때 인상이 180도 변하는 그의 얼굴을 대변하는 것 처럼 역시나 정이가지 않는다.



 정시 퇴근 때 집에서 하는 루틴이 일정했던 반면 이제는 일정치가 않다. 요즘 집에 일찍 와보야 9시? 10시기 때문에 무엇하나 하기가 애매한 시각이다. 밥을 먹기도 헬스장을 가기도 애매하다. 밥을 먹으면 보대껴서 잠을 못자고 헬스장서 운동을 하면 근육 긴장으로 인하여 잠이 오질 않는다. 거기에 업무적 스트레스로 신경이 곤두선 탓에 둘 다 적당히 조절을 하면 되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먹는 것도, 운동도 더 빡시게 하려고 든다. 삶이 피폐해져가는 과정을 나 스스로 그리고 있는 셈이다.


 금요일이라고 하여 약속이 있는 생활은 진작에 끝이 났다. 친구들이 결혼하면서부터 나이가 들면서부터 불금이라는 단어는 이제 내 삶에서 없어졌다. “그게 뭐에요? 먹는 거에요?”말했던 누군가가 생각난다.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나 또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금요일만 되면 친구들을 만나 번화가에 가서 놀 생각에 신나고 들떴던 내 과거가 스치듯 지나간다. 


 모든게 지친 탓인지 금요일 저녁인 오늘도 집에 도착하자 마자 홍시를 하나 먹고 핸드폰을 켜서 라이브 방송을 본다. 요즘 유일한 낙이 된 것 같다. 사실 인생에 도움따위 되지도 않는 이런 걸 재미를 위해 보고 있다. 움직이기도 무엇을 하기도 귀찮음이 이런 게으름과 나태함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재밌어서 자기 전까지 아니, 잘 시간을 넘어서까지도 보기도 했다. 이제는 그것마저도 지루해져 보는 시간이 점점 줄고있지만 그래도 집에 도착하면 한번씩 켜보게 된다. 


 늦게 집에 들어온 만큼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 영상이 올라왔는지 확인해 보니 올라와 있었다. “오에~”를 외치며 영상을 재생시켰지만 씻고 볼까? 지금 볼까 고민이 되기는 한다. 씻고 편하게 볼 것인가? 나태함의 끝을 볼 것인가? 다 보고나면 새벽 1시가 넘을 것 같아 씻고 보기로 했다. 부랴부랴 양치와 샤워를 하고 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누워서 보기 좋게 보조배터리에 핸드폰을 연결한 체 각도를 맞춘 후 엎드려 드라마를 시청한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보는 것인지 재미 있어서 보는 것인지 피곤함에 나도 모르겠다. 분명 재미있어서 보는 건데 오늘은 너무 피곤한다. 일을 너무 신경써서 했나보다. 


 하루를 이렇게 마감하는게, 연말에 이렇게 저녁 시간을 보내는게 잘 살고 있는 삶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내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행복하다. 추운 겨울 이불 속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게 요즘따라 너무 좋다. 같이 즐길 동반자까지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은 참 아쉽다. 주말동안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냄새가 그리운 연말 저녁이다.


'이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이리 바쁘니  (0) 2019.01.28
새해다짐이 없네  (0) 2019.01.15
찬물샤워  (0) 2018.11.22
부모님의 여행  (0) 2018.11.21
젖은 운동화  (0) 2018.10.24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