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후 만남은 역시 빠를수록 좋다. 헤어지기 전 날짜를 잡으면 더 좋겠지만 시간이 애매해서 다음에 만나자는 약속만 했었다. 일요일에 봤으니 화요일 늦어도 수요일에는 봐야만 할 것 같았다. 빨리 많이 만나보고 빠른 결정을 내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월요일은 가벼운 카톡만 주고 받았고, 미루면 안보겠구나 싶어 화요일 시간이 되는지 물었을 때 그녀는 오늘 보자고 대답했다. 헤어지기 전 그녀가 밥을 산다고 했지만 밥 먹을 곳이 어디어디 있는지는 알아보고 가야 하기에 퇴근 전 블로그를 열심히 뒤져보고 갔다. 사실 아직 더 만날지 말지 감이 오지 않기도 하고, 괜찮은 사람 같기는 한데 섹스어필이 발목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마저도 옷빨이 상당했다. 그 전에 사귀었던 그녀가 2번째 만남에 목늘어난 티를 입고 나..
올해는 무슨 날인가보다. 소개팅이나 선이 한달에 한번씩 들어온다. 10월 이후는 해줄 사람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우연찮게 부모님 가게 단골 손님이 나를 보고 맘에 드셨는지 1살 연하의 여자분을 소개해주셨다. 이미 내 연락처는 단골 아주머니에게 있는 상태였고, 여자분 의향을 물어보고 아주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주신다고 했다. 엄마는 직장도 오래 다닐 수 있고, 맞며느리 감인데 인물은 별로라며, 아주머니의 말을 나에게 전했다. 사실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이제는 아무 생각이 없다. 년초나 중반까지는 희망과 재미로라도 나갔는데, 이제 그마저도 귀찮다. 매번 소개팅 나갈 때마다 입는 옷과 카페 또는 술집에 가서 어색한 인사와 메뉴 주문, 자리에 앉아 아이컨택을 하며, 상대에 대한 호구조사를 시작-조사-..
군대 제대 이후 샤워하고 난 후에는 항상 한 겨울일지라도 찬물로 헹궜다. 감기가 걸려있지 않는 이상 매번 그래왔다. 그래야 샤워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30중반이 다가오자 어느 순간부터 찬물로 샤워를 하면 다음날 콧물을 하염없이 흘려야 했다. 운동을 꾸준하게 했음에도 샤워를 한 다음에는 꼭 감기기운이 설였다. 어제부터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초겨울 날씨가 되었다. 운동을 해서 몸이 열이나고 있는 상태였기에 괜찮겠지 하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잠들기 전까지 괜찮았으나 다음날 콧물이 심하게 흘렀다. 콧물로 인해 머리는 띵하고 수도꼭지처럼 코에서는 콧물이 계속 흘렀다. 젠장 회사에 출근해서는 덥고 건조한 히터바람 덕분에 기침까지 동반했다. 거기다 몸살기에 히터를 높이니 건조함은 더 심해져 눈이 떠..
이번주 부모님이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떠나신다. 추워지기 시작할 무렵인데 더운나라로 가시니 국내에서 입을 외출복과 해외에서 입을 얇은 여행복만 챙기시면 될 터였다. 창고에 여행가방이 있는지 찾아보니, 아주 오래 전부터 부모님이 가지고 다니셨던 가방이 2개 있어 꺼냈다. 비닐로 씌워놓아 먼지가 쌓이진 않았지만 거미가 들어가 하얗게 거미줄을 쳐놓고, 스스로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체 그곳에서 삶을 마친듯 보였다. 최소 3년에서 5년은 쓴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방 하나는 용량이 너무 작아 보였고, 하나는 좀 더 컸다. 아마 예전에 각각 1개씩 들고다니기 위해 2개를 구입하신 것 같다. 이번 여행은 3박 5일 일정이기에 가방은 1개면 충분하다고 하셨다. 작은 가방은 상태만 확인한체 다시 넣어놓고 큰 가방만 방으로 ..
기획자의 기획서가 보기 싫다.회의를 하면 부족한 부분은 웃음으로 무마하려 한다.같은 직급에 내가 선배지만 보충해달라 하면 뭐가 부족하냐며 입을 대빨 내민다.더 잘 다듬어진 기획서를 내밀어도 자기 결과물은 훌륭하다 말한다.니미... 기획서에 내용조차 들어있지 않다. 보충해 달라 했더니 간략하게 써놨다.초안 달라한 거 아닌데, 혹시나 해서 물었다. 업데이트에다 보완까지 해놓았다 한다.알았다 했다.ㅅㅂ... 가르쳐 줄 수 없고 가르쳐봐야 내 시간 낭비일 뿐이다.그래서 그냥 다 오케이 해주기로 했다.하루에 끝내는 일을 일주일 낸둥 쳐하고 있다.남들은 누구땜에 바쁘게 야근하는데 자기랑 상관없는 이야기다.여기서부터 더 이상의 터치와 관여는 하지 않기로 했다.그 사람의 능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의 능력은 딱 거기까..
예전 철길이 없어지면서 그곳에 길을 내고, 나무와 꽃을 심어 도심속에 예쁜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철길을 따라 만들어져 도심에 위치해 있는데다 길이 또한 길어 지루함도 운동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새벽, 대낮, 저녁 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이 공원은 나에게 힐링의 숲이나 다름없는 공간이다. 생각이 많은 밤이면 이곳을 거닐었고, 운동이 하고 싶을 때면 런닝을 했다. 주말 대낮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에 공원 산책이 하고싶어졌다.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이곳은 늦가을 단풍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낮에 산책하기 무척이나 좋은 곳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붉게 물든 단풍이 참으로 예뻤다. 올 해 그 옆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2곳이나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올 초부터 올라가기 시작한 아파트는 나무들의 일..
친한 친구녀석이 부동산 내리막길을 알리는 지금 시점에 아파트를 샀다. 그것도 10년 된 34평 아파트를 전세끼고 현시세대로 말이다. 평판이 좋은 아파트여서인지, 년식이 오래된 아파트라 그런지 최근 3년 대비 현시세가가 2~3천정도 차이가 났다. 아파트 시세는 현재 3억, 1억은 모아두었기에 매매할 때 지불하고 나머지 2억은 전세 세입자 나갈 때 주면 된다고 한다. 나는 내년 입주물량도 많고 대출금리도 어차피 오를거 바로 입주할 필요도 없는 거 더 기다리라고 했지만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이미 지나간 일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전세 나가는 시점은 아직도 1년이나 남았다. 나 같으면 사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에 아파트에 살던 녀석들은 죄다 임대주택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은수저이상이나 집에서 사주지 않는..
네가 꽃이면 난 나비가 되고, 네가 구름이면 난 바람이 되고, 네가 나무면 난 숲이 되고 싶다. 널 항상 볼 수 있게
초등학교 시절 비가 많이 내려 신발이 흠뻑 젖거나, 운동화 밑창에 구멍이 생겨 양말이 다 젖을 때면 엄마는 내 운동화를 빨아 연탄불 옆에 놔두곤하셨다. 어렴풋 기억나는 그 운동화는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 신발이었으며, 측면에 각도에 따라 변하는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어있고, 시발끈이 없는 찍찍이 운동화였다. 생각해보면 끈보다는 찍찍이가 더 편한 것 같다. 크룩스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가끔 신발은 젖었는데 다음날 학교를 가야할 일이 생기면 우리집에서 대로변으로 나가는 모퉁이를 돌아가면 나오는 신발가게에서 운동화를 사주셨다. 내가 신발을 고르기 보단 가격대에 맞춰서 신발 사이즈만 보고 가장 많이 팔리던 운동화를 주었던 거 같다. 그 때도 한쪽만 신어보고 사이즈를 확인한 후 맞을경우 반대쪽 신발도 신었던 거 같다..
갑자기 야근을 하란다. 밑밥은 지난주 회의 때 처음으로 회의 막바지에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강제는 못하겠는데 다음주부터는 프로젝트 끝날 때 까지 9시 넘어서 퇴근해줬으면 좋겠어" 이유도 모르고 기간도 모르고 그냥 야근만하라고 처음엔 그랬다. 나도, 그 외 나머지 사람도 벙찐 모습으로 쟤 왜저러는 거야? 하는 표정 들이었다. 애초에 프로젝트가 연내 힘들고 인원 충원이 되어야만 출시 가능하다고 누누히 말했는데 이제와서 개소리를 시전하신다. 이사는 내가 일정을 늦게 줬기 때문에 틀어졌다며, 아몰랑을 시전하고 있다. 작업 목록을 가지고 일정을 뽑고 기획서 보고 또 뽑고, 디자인 시안 보고 또 뽑았다. 일정을 총 3번이나 뽑은 셈이다. 당연 일정은 모든게 갖춰진 이후에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사는 꼭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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